20여 년 동안 동화, 소설, 시, 희곡을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 중견작가 박상률의 저학년 동화 ‘개조심’(창비刊)이 출간됐다.
진돗개 백구가 하루 동안 진도에 다녀오는 이야기로, 진도 출신 작가가 어렸을 때부터 보아 온 진돗개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풀어냈다. 특별한 이름도 없이 그냥 ‘백구’라고 불리는 주인공이 개집에 적힌 ‘개조심’이라는 팻말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개조심’으로, ‘백구’를 호로 알아듣는 아이러니한 상황의 도입부는 단번에 독자의 호기심을 잡아끈다.
얼결에 주인집 ‘큰놈’을 따라 조상의 고향이자 ‘개들의 천국’이라는 진도에 가게 된 백구는 그동안 전설처럼 듣던 일들을 직접 겪는다. 왁자한 장터를 구경하며 진도의 개들과 함께 쥐 잡기 놀이를 하기도 하고, 고소한 아기 똥을 맛보기도 하고, 식당에서 사람과 겸상하여 국밥을 먹기도 한다. 낯선 곳,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씩씩하고 천연덕스러운 주인공 백구가 토속적인 것을 보고 듣고 즐기는 이야기는 호기심 많고 놀이를 좋아하는 어린 독자들에게 여행의 설렘과 기쁨을 한껏 느끼게 한다.
‘개조심’은 개의 눈을 통해 인간 세상을 풍자하며 ‘사람이 개보다 나은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사랑한다 말하다가도 금세 싸우고 헤어지고, 술을 마시고 개집에서 모로 쓰러져 잠들고, 제 자식만 감싸고도는 사람들의 모습은 백구의 눈에 ‘개만도 못한’ 것으로 비친다. 백구 눈에 비친 사람 세상은 어쩌면 어린이 눈에 비친 어른 세상을 닮았을지 모른다. 초등학교 저학년 독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시선으로 삶의 다양한 표정을 그리며 백구의 깨달음을 실감 있게 전하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
특히 사투리를 과감하게 사용한 이전 작품들을 통해 ‘지역 언어를 문학 언어로 올려놓았다’는 평을 받은 박상률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펼쳐 놓았다. 9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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