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상징 외국인학교, 돈이면 다됐다

‘코리아 귀족학교’ 부유층 빗나간 母情

인천 청라달튼 외국인학교 등 9곳

여권위조·국적세탁 56명 부정입학

檢, 재벌가 며느리·의사 등 47명 기소

검찰이 외국인학교 입학비리 사건(본보 9월 6·17·25·26일, 10월 26·31일자 1·7면)을 수사 중인 가운데 외국인학교들이 국내 부유층 자제들을 위한 ‘귀족학교’로 변질되고 있다.

6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인천지검 등에 따르면 외국인학교는 원칙적으로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이어야 입학 가능하며, 부모가 모두 내국인이라면 외국 거주기간이 3년 이상일 때 정원의 30% 내에서 입학이 허용된다.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 인천 청라달튼외국인학교와 경기 수원외국인학교 등 모두 9개 외국인학교에서 56명의 국내 부유층 학부모 자녀가 부정입학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당수 외국인학교가 입학 서류에 대한 공통기준이 없어 학생·학부모의 여권사본과 출입국증명서만 받아 입학생을 선발하고, 제출서류를 검증하는 절차도 갖추지 못하는 등 감시 시스템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일부 학부모는 브로커를 통해 외국 국적을 허위로 취득,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시키는 등 사실상 외국인학교가 국내 부유층 자녀의 조기 유학으로 변질되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를 받은 9개 외국인학교의 건물 신·증축에 정부와 지자체가 모두 2천억원의 혈세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고자 국내 체류 외국인 자녀의 교육을 위한 학교에 지원된 세금이지만, 일부 국내 부유층 자녀의 교육에 쓰인 셈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학교 입학 실태를 관리·감독하는 감시망 강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천지검 외사부(김형준 부장검사)는 이날 외국 국적을 허위로 취득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킨 혐의(사문서위조 등)로 학부모 A씨(36·여)를 구속 기소하고, B씨(36·여) 등 학부모 4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9년부터 최근까지 브로커에게 4천만~1억5천만원을 주고 과테말라 등 중남미 국가의 위조 여권을 비롯해 외국인학교 입학에 필요한 서류를 위조한 뒤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사법처리된 학부모들은 재벌가 4명, 상장사 대표 및 임원 4명, 중견기업체 경영 21명, 의사 7명 등 부유층이 대부분이다.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로 거론됐던 김황식 국무총리의 조카며느리이자 I그룹 회장의 며느리, H 기업 전 부회장의 며느리, D 기업 상무의 아내, G그룹 전 회장의 딸 등도 대부분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경준 2차장검사는 “현재까지 확인된 부정입학자 명단을 교과부와 교육청 등에 통보할 예정”이라며 “내국인 체류기간 조건을 위반한 부정입학을 계속 수사하고, 외국인학교 관계자들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민우기자 lmw@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