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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호의 이미지읽기] 위대한 유산
오피니언 조두호의 미술읽기

[조두호의 이미지읽기] 위대한 유산

수원과 용인의 경계에 위치한 광교산(光敎山)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모인 광교천은 수원의 생명수였다. 하지만 여름마다 발생하는 잦은 범람은 큰 골칫거리였고 이에 1796년, 정조 즉위 20년에 수문인 화홍문(華虹門)이 건립됐다. 북쪽에서 흘러들어오는 물을 관장하여 ‘북수문(北水門)’이라 불린 화홍문. 한자의미를 해석하면 찬란한 무지개 문이라 읽혀진다. 하단에 위치한 7개의 석조아치를 아래로 흐르는 물이 따스한 오후 햇살과 만나며 발하는 빛이 화홍문의 무지개를 증명한다. 석조아치 위로는 사람의 통행로가 나있고 한 칸 위에 누각이 서있는데 이것이 화홍문의 본체다. 주변의 경관과 어우러지며 빼어난 경치를 선사함은 물론, 토목기술과 건축미적 면에서 조선시대 건축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화홍문이 서고 216년이 지난 현재,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새로운 예술적 시도가 펼쳐졌다. 본래 그 자리에 있는 고건축의 외피에 빛으로 만든 옷이 입혀지고, 형형색색의 영상이 극적으로 연출됐다. 미디어 아트의 한 분야인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이하 매핑) 방식으로 연출된 이 프로젝트는 수원에서 지난 10월에 열린 ‘화성문화제’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세계문화유산 화성이라는 고건축과 어우러진 영상은 약 10분여 동안 화홍문의 건축미적 요소와 생태하천인 수원천의 복원과 만인의 행복을 기원하는 내용으로 펼쳐졌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고건축 매핑이라 더욱 의미가 깊은, ‘위대한 유산(작품명)’이었다.

매핑은 영상장비인 프로젝터가 투사하는 빔을 통해 대상이나 오브제가 되는 공간에 영상 및 이미지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영화 상영이나 회의실에서 프리젠테이션 화면으로 활용되던 것이 최첨단 기술과 콘텐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했다. 매핑은 건축과 미술이 미디어와 만나 창출된 새로운 예술의 형태이다. 최근 UAE에서 전통양식의 모스크에 49대의 프로젝터를 연결해 하나의 작품을 구현했는가 하면 미국 뉴욕의 IAC빌딩의 전체외관을 감싸는 비디오 페스티벌 등 건축과 미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스펙터클이 현실 속에서 펼쳐졌다. 국내에서는 여수엑스포와 광주비엔날레 등 대규모 국제 행사와 수원화성에 이어 덕수궁에서 진행된 바 있다.

매핑은 과거 건축과 미술이 갖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거대하고 화려한 예술의 향연을 눈앞의 시공간에 가져왔다. 매핑의 또 하나의 장점은 이야기, 스토리텔링이다. 건축이 가지는 형식적 특성과 고유의 역사성 그리고 현재의 이야기를 담아냄으로써 휴머니즘을 창출하는 것이다. 단순히 빛을 활용한 조명이나 레이져쇼였다면 절대 담아낼 수 없는 인문학적인 가치 말이다. 매핑은 또 기존 공간에 유기적이고 가변적인 다양한 콘텐츠를 입힐 수 있다.

도시를 바꾸는 힘이 어디에 있겠는가. 거대하고 높다란 건물을 짓고 공격적인 언어로 힘자랑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콘텐츠의 힘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돌입한 시점에서 새로운 문화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려한다면 매핑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다.

조두호 수원미술전시관 수석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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