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하늘 아래 첫 감나무, 경북 상주

고향이란 무엇일까? 모태 같고 어머니의 발자국소리 같은 끌림이 있다. 헤르만 헤세는 그의 작품 전반에 걸쳐 유년의 기억과 다감한 망향의 서사를 담아냈다. 고향은 그리움과 향수와 어머니의 동이어가 된다. 가을비 오는 날 무작정 길을 나섰다. 낙엽버섯을 따거나 메뚜기를 잡겠다던 고향친구는 비 때문에 일을 망친데다 느닷없이 찾아온 불청객에게 경직된 시간마저 순순히 내 놓았다. 감나무 가로수길 따라 750년 묵은 하늘아래 첫 감나무를 찾아 나섰다.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가지가 담장을 넘어온 마을 가운데, 늙고 왜소한 이 나무는 종가집 어른처럼 엄중한 품위를 지탱하고 있었다. 썩은 몸에 새 가지를 돋아내며 건실한 감주저리를 널어지게 매달고.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