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 고개 숙이자 축산농가 무릎꿇어

축산農 “볏짚·왕겨 어디 없나요”
사료값 급등 속 벼 재배면적 줄어… 작년보다 가격 10%p 올라

고양에서 한우 120마리를 사육하는 박승대씨(47)는 소 사료로 이용해야 할 생볏짚 가격이 크게 올라 경영상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배량이 줄었다며 논 농가에서 논 한 마지기(661.1㎡) 분 볏짚 가격을 지난해 2만원에서 2만5천원으로 25%나 올렸기 때문이다.

이 탓에 박 씨는 한해 동안 사용할 볏짚 총 250마지기분 구매 시 지난해보다 125만원 많은 625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박 씨는 “수입사료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축산농가마다 국내사료 비중을 높이려 하고 있지만, 국내산 볏짚 값도 크게 올라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혀를 찼다.

이처럼 벼 재배면적이 줄어들고 작황마저 부진하면서 벼 부산물을 사료로 사용하는 축산농가의 경영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4일 농협 경기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올 들어 벼 부산물인 볏짚·왕겨 등의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해보다 10%p 안팎의 가격이 올랐다.

여주, 화성 등지에서 판매되는 소 사료용 곤포사일리지(발효액을 뿌린 말린 볏짚) 1롤 가격은 5만~5만5천원으로 지난해보다 3천~5천원 올랐고, 닭·오리 사육장에 깔거나 돼지 분뇨 발효용으로 이용하는 왕겨가격도 지난해 kg당 30~35원에서 40~45원으로 30% 이상 폭등했다.

이처럼 볏짚·왕겨 등 조사료 값이 크게 오른 것은 벼 재배면적이 줄어들고 태풍 등 기상 악재로 쌀 생산량이 감소한데다 수입 조사료 값 상승으로 국내 사료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이재은 전국한우협회 경기도지회 사무국장은 “소 값은 떨어지는 반면 사료값, 부자재 값은 크게 오르면서 축산농가는 거의 앞이 안 보이는 수준”이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경기지역 벼 재배면적은 9만824ha로 지난해 9만1천727ha보다 903ha 감소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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