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ㆍ주먹ㆍ두뇌 플레이… '타고난 괴물복서' 예찬

전국체전 복싱 사상 한체급 3년연속 우승 이예찬군

침체된 한국 복싱을 환하게 불 밝혀 줄 ‘괴물 복서’가 나타났다. 천부적인 복싱 센스와 탄탄한 기본기는 물론 미소년을 연상케 하는 수려한 외모까지. 실력과 스타성을 두루 갖춘 ‘차세대 복싱 스타’ 이예찬(경기체고3)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예찬은 제93회 전국체육대회 복싱 남고부 라이트플라이급 결승에서 조용현(대구체고)을 13-7의 압도적인 점수 차로 물리치고, 한국 복싱 사상 처음으로 한체급‘3년 연속 전국체육대회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일궈냈다.

대회 마지막 날인 17일 오전 11시께 복싱 남고부 라이트플라이급 결승전이 진행된 대구 본리초등학교. 이예찬과 조용현 두 선수가 링에 오르자 경기장 안은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야구장에서나 등장할 법한 막대 풍선까지 동원한 300여 명의 대구 홈팬들은 조용현에게 일방적인 응원을 보내며, 이예찬을 주눅들게 하고 있었다. 경기도 팬들도 열렬한 박수로 이예찬에게 힘을 불어 넣었지만, 10배가량 많은 대구 팬들의 응원을 당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고교 1학년 때부터 전국체육대회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던 ‘천재 복서’ 이예찬은 결코 기죽지 않았다. 이예찬은 1라운드부터 경쾌한 스텝과 날카로운 잽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더니 주특기인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조용현의 안면에 적중시키며 경기를 압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홈 선수에게 다소 유리한 판정이 내려지는 홈의 텃새를 의식한 탓이었을까. 이예찬은 점수를 앞선 가운데 진행된 2라운드에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시종일관 상대를 몰아붙인 이예찬은 한체급‘전국체육대회 3연패’라는 전무후무한 위업을 일궈내며, 한국 아마튜어 복싱의 역사를 새로 썼다.

군서중 2학년 때 처음 글러브를 낀 이예찬은 복싱 입문 1년 여만인 지난 2009년,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전국 최강자에 등극한 타고난 복싱 천재다. 복싱 선수 출신인 아버지 이송준씨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셈.

이후 ‘복싱 명문’ 경기체고에 입학한 이예찬은 임교준 경기도아마튜어복싱연맹 전무이사와 김창욱 경기체고 감독의 애정어린 지도 아래 성장을 거듭, 국내에서는 적수가 찾아볼 수 없을 만한‘초고교급 강자’로 성장했다.

출전한 대회마다 모조리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니 그야말로‘천하무적’에 가까운 위용을 뽐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항상 이길 수만은 없다. 이예찬은 지난 4월 열린 연맹회장배에서 2년 여만에 패배의 쓴잔을 맛봤다. 진정한 스타는 패배의 아픔을 딛고 성장한다는 말처럼 이예찬에게 패배를 약으로 삼아 다시 일어섰다.

임 전무와 김 감독의 추천으로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이예찬은 런던올림픽에 출전했던‘세계 정상급 강자’신종훈의 스파링 상대를 하며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이예찬은 “체력과 경기 운영, 스피드 등 종훈이 형으로부터 많은 자극을 받고 또 배울 수 있었다”면서 “종훈이 형을 뛰어넘고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따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실업팀 대신 한국체대에 입학하게 된 이예찬은 다시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뒤 오는 11월 말부터 국가대표 1차선발전에 참가할 예정이다.

김창욱 감독은 “상대의 장점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명석한 두뇌와 스피드, 펀치력 등 재능을 두루 갖춘 선수”라며 “특히 치열한 승부 근성은 예찬이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임교준 경기도아마튜어복싱연맹 전무이사도 “침체에 빠진 한국 복싱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스타로 성장할 수 있는 재목감”이라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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