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_글로벌기업 ‘삼성의 두얼굴’] 사상 최대 영업이익 삼성에 답을 묻다

‘1996년의 약속’ 시민들은 기억한다
월드컵경기장 건립 약속 이행은 ‘사회환원의 척도’ “이제 지역사회에 대한 사랑을 증명해야 할때…”

삼성전자가 올해 30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정계와 시민단체는 삼성전자의 지난 1996년 수원월드컵경기장 건립 약속 이행과 관련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회와 수원시의회 일부 의원들은 삼성전자의 수원월드컵경기장 건립 약속 이행을 위해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협의에 나서고 관련 자료수집 등 대응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17일 밝혔다.

경기도의회 김상회 의원(민·수원3)은 “수원지역 도의원들을 중심으로 삼성전자가 약속을 지켜 경기장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협의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또 노영관 수원시의회 의장도 당시 관련 자료를 수집해 삼성전자의 약속 이행을 촉구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44조8천700억원, 영업이익은 20조6천700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2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 2분기보다 매출은 9.24%, 영업이익은 20.54%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무려 90.5%나 신장했다.

삼성전자의 지난 2010년과 2011년 영업이익도 각각 17조3천억원, 16조2천500억원에 달했다.

4분기가 남은 상황에서 이미 누적 영업이익이 20조원을 돌파함에 따라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원시민 김모씨(38)는 “올해 영업이익의 1%만 기부해도 당시 건립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을 것 같다”며 “삼성전자가 당시 약속을 무시한채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다면 글로벌기업의 사회 환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포항스틸러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포항스틸야드는 포스코가 지난 1990년 총 공사비 105억원을 들여 건설한 뒤 포항시에 기부채납했다.

도의원·수원시의원 본격적 행동 경기장 재투자 방안 등 협의 추진

부지 면적 4만2천700㎡에 지상 2층 규모의 스틸야드 경기장은 1만8천여석에 최대 수용인원 2만5천명의 국내 최초 축구전용구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항시에 기부채납한 뒤 경기장에 대한 관리 운영권은 포스코에 주고 있으며 프로축구단 포항 스틸러스로부터는 무상임대나 마찬가지 수준의 저렴한 경기당 대관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축구팬 주모씨(36)는 “포항은 이미 20여년 전에 축구전용구장을 건립해 자기들 구단의 전용구장으로 사용하는데 삼성은 월드컵경기 유치를 노렸던 수원시에 경기장 건립을 약속했다 파기한 뒤 실속만 챙기고 있는 꼴”이라며 “삼성전자가 건설 비용을 부담하고 기부채납해 ‘명실상부’한 수원 삼성의 전용구장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의회 이승철 의원(새·수원5)은 “수원 삼성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월드컵경기장 인근 교통이 마비되면서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현재 사실상 삼성구단의 전용경기장처럼 사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삼성이 월드컵경기장의 건립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수원시는 삼성전자가 입주한 관계로 어떠한 의견 표명을 하기 어려운 만큼 삼성전자가 먼저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협약 파기로 수원시가 경기도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현재 비정상적인 운영 체계를 보이고 있으며 경기장 활용을 위한 추가적인 예산 투입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당초의 약속을 이행해 운영권을 명확히 하고 시설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예산 투자로 시민들에게 필요한 경기장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1995년 8월 수원시에 수원축구전용구장 건립을 제의했고, 지난 1996년 7월 ‘수원 제2종합운동장 조성사업 협약을 체결한 뒤 같은해 11월15일 수원축구전용구장 건립 기공식을 가졌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1998년 4월9일 IMF 사태가 닥치자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축구전용구장 단독 건립 불가 방침을 수원시에 통보했다.

최원재·정진욱기자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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