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부자·카누 형제… “함께해서 더 든든해요” 세계무대 함께 꿈꾸는 ‘부전자전’

삼일공고 정석진·정현 부자

여러 명의 선수가 차례로 승부를 겨뤄 팀의 승패를 가리는 단체전 경기에 있어 확실한 승리를 책임지는 ‘에이스’만큼 믿음직한 존재도 없다.

에이스의 역할은 단순히 승수를 보태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살 떨리는 승부에 임하는 팀원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줌으로써 팀원 모두가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에이스’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현은 이번 제93회 전국체육대회 테니스 남고부 단체전에서 정상에 등극한 경기도 대표 삼일공고 팀의 확실한 ‘에이스’였다.

16일 오전 정오께 삼일공고와 동래고(부산)의 테니스 남고부 단체전 경기가 열리고 있는 두류 테니스장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부동의 ‘에이스’ 정현이 압도적인 기량으로 무난히 1승을 챙기고, 다소 열세로 예상됐던 변광은이 상대팀의 에이스 손지훈을 상대로 ‘깜짝 승리’를 일궈내면서 경기도가 2-0으로 리드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일방적인 스코어와는 달리 흐름은 동래고의 페이스로 흘러가고 있었다. ‘전국체육대회 3연패’를 노리는 동래고의 손지훈, 정이현 조는 1차전부터 준결승까지 3전 전승을 기록한 정현, 김호각 조와의 1세트를 6-2로 승리하며, 부산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었다.

응원에 대한 열정 하나는 ‘세계 1등감’인 부산 응원단도 특유의 우렁찬 목소리로 분위기를 주도하며 경기도 선수들을 주눅들게 하고 있었다.

검은 피부·곱슬머리·눈매… ‘닮은꼴’ 외모만큼 경기력 주도

단체전 단식서 무실세트 전승 조코비치 같은 세계적 선수 될 것

만약 복식에서 패할 경우, 정현이라는 확실한 에이스 카드를 모두 소진해버린 경기도가 오히려 열세에 몰릴 수 있는 위기의 상황.

바로 그때, 정현의 존재감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정현은 강력한 스트로크를 바탕으로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며 다시 분위기를 반전시켜 나갔다. 공격이 성공할 때면 주먹을 불끈 쥔 채 환호성을 지르며 상대의 기를 죽였고, 점수를 내줄 때면 여유 있는 표정으로 선배 김호각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긴장감 따윈 느끼지 않는 듯한 정현과 같이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은 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삼일공고 팀의 사령탑이자 정현의 아버지인 정석진 감독이었다. 벤치에 앉은 정 감독은 시종일관 미소를 머금은 채 선수들을 격려했다.

새까맣게 그은 피부에 곱슬머리, 날카로운 눈매가 너무나도 닮은 정석진, 정현 부자(父子)는 너무나도 비슷한 방식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결국, 서서히 안정을 되찾으며 제 기량을 내기 시작한 정현, 김호각 조는 2세트를 6-1로 가져온 뒤, 3세트마저 6-4로 승리하며 삼일공고의 우승을 확정 지었다.

정현은 예선부터 결승까지 가진 8차례의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완벽한 에이스는 어떤 것인가를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단식에서는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무결점의 기량’을 과시하며 국내 무대에서 적수가 없음을 분명히했다.

정현은 “팀 동료들과 함께 노력한 결실을 본 것 같아 정말 행복하다”면서 “열심히 노력해 조코비치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고교 1학년생인 정현은 올해 삼성챌린지컵 등 3개의 국내 메이저 대회에 출전한 뒤 내년부터 세계 주니어 그랜드슬램 대회에 도전할 계획이다. 정석진 감독은 “세계무대에서 우수한 선수들과 겨루면서 기량이 많이 향상됐다”면서 “더 많은 경험을 쌓아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