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 기록 ‘제자리’… “한국 육상 다시 일어서야”

女 100m 18년째·男 200m 27년째 기록 경신 못해

육상계 “순위 경쟁보다 장기적 선수육성” 한목소리

“한국 육상 여자 100m와 남자 200m 기록은 깨지지 않는 마(魔)의 기록인가?”

‘제93회 전국체육대회’ 육상 단거리 종목이 대부분 일정을 마무리하고 있는 가운데, 육상 여자 100m와 남자 200m 등 일부 한국 기록들이 10여 년이 넘도록 깨지지 않으면서 여러 육상인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한국 여자 단거리의 간판’ 정한솔(김포시청)은 지난 13일 열린 제93회 전국체육대회 육상 여자 일반부 100m 경기에서 ‘라이벌’ 김하나(안동시청)를 물리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아쉽게도 12초11의 저조한 기록을 내는 데 그치며 신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오히려 여자 대학부 100m에 출전한 ‘기대주’ 강다슬(충남대)이 11초84의 대회 신기록을 작성하는 선전을 펼쳤지만, 역시 한국 기록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한국 육상 여자 100m 기록은 현재 안산시청 육상팀 감독을 맡고 있는 이영숙씨(48)가 전성기를 훌쩍 넘긴 서른 살이었던 지난 1994년, 제48회 전국육상경기대회와 토토 국제슈퍼육상대회에서 작성했던 11초49다.

그 기록이 18년여 동안 깨지지 않고 있으니, 그야말로 ‘마(魔)의 기록’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은 셈이다.

남자 육상 200m의 경우는 한 술 더 뜬다. ‘아시아 최고의 육상스타’였던 장재근씨가 지난 1985년 당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달성했던 20초41의 육상 남자 200m 기록은 무려 27년여 동안 깨질 줄 모르고 있다.

이번 전국체육대회에서는 이재하(경북대)와 임희남(광주광역시청)이 각각 남자대학부와 일반부 100m에 이어 200m에서도 우승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지만, 200m 한국 기록에 한참 모자라는 21초06과 21초18을 내는 데 그쳤다.

이처럼 일부 육상 단거리 기록들이 오랜 기간 깨지지 않으면서 ‘마(魔)의 기록’들이 언제쯤 깨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육상계 곳곳에서는 ‘순위 경쟁에 치중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우수 선수 육성에 힘써야한다’는 등의 자조 섞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 육상 여자 100m 기록 보유자인 이영숙 감독은 “오랜 기간 한국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러운 일일지 모르지만 한국 육상계 전체를 생각하면 참 안타까운 일”이라며 “후배들이 더욱 열심히 노력해 내 기록을 빨리 경신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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