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고와 연장 접전 끝 마지막 주장전서 아쉽게 져 3년만에 대회 출전 ‘명가 부활’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최선을 다한 경기였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다음번엔 꼭 우승을 달성해 검도 명문의 위상을 드높이고 말겠습니다”
제93회 전국체육대회 검도 남자고등부 결승 경기가 열린 지난 12일 대구공고 체육관에서는 명승부 중의 명승부가 연출되고 있었다.
결승에서 맞붙은 경기도 대표 남양주 퇴계원고와 전북 대표 익산고는 한치의 양보 없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치며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결국 선봉에서 부장전까지 3대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 간의 맞대결은 마지막 주장전으로 이어졌다.
숨 막히는 가운데 진행된 주장 전의 초반은 퇴계원고의 분위기였다. 지난 9월 열린 제15회 용인대총장기 전국중고검도대회에서 개인전 2위에 올랐던 ‘퇴계원고의 에이스’ 이윤표 는 호쾌한 머리 치기로 선취점을 따내며 경기를 앞서 나갔다. 하지만 익산고의 주장 이창훈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창훈은 이윤표가 머리 공격을 시도하는 사이 날카로운 손목 공격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1대1 원점으로 만들었다.
이후 치열하게 계속된 승부는 눈 깜짝할 새 결정됐다. 서로의 머리를 향해 날아든 두 선수의 죽도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머리를 강타했지만, 심판은 익산고의 손을 들어줬다. 우승을 향한 퇴계원고의 야심찬 도전이 실패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나자, 퇴계원고 선수들의 눈에서는 일제히 눈물이 터져 나왔다. 너무나도 야심 차게 준비해 온 대회였기에, 또 누구보다 최선을 다한 이들이기에 흘릴 수 있는 ‘뜨거운 눈물’이었다.
그동안 애정어린 지도와 전폭적인 지원으로 선수들을 뒷받침 해 온 강명숙 교장과 무서우리만큼 혹독하게 선수들을 단련시켜온 유규홍 코치도 선수들이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너무도 잘 아는 듯, 촉촉히 눈가를 적시며 선수들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지켜보던 이들도 가슴뭉클한 장면을 연출한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지난 1989년 창단한 퇴계원고 검도부는 지난 2004년과 2005년 전국체육대회 2연패를 달성하는 등 각종 전국대회를 휩쓸며 ‘전국 최강’으로 군림해 온 전통의 검도 명문이다. 하지만, 이후 몇년 간 극심한 슬럼프를 겪으며 경기도 대표에도 선발되지 못하는 등 전국체육대회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에 올해부터 야심 차게 팀을 재정비한 퇴계원고는 3년 만에 다시 전국체육대회 출전권을 따내는 것은 물론 지난 4월 제54회 춘계 전국검도대회에서 단체전 3위에 오르는 등 전국대회 입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이후 전국체육대회 우승을 목표로 고된 훈련 일정을 소화해 낸 퇴계원고는 대회 8강에서 최강으로 꼽히던 홈팀 대구를 격침시키는 등 승승장구하며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아쉽게도 꿈에 그리던 우승을 일궈내지는 못했다.
주장 정성훈 선수는 “열심히 준비해 온 대회인 만큼 아쉬움이 크지만 그래도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명숙 교장도 “승패를 떠나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면서 “선수들이 한국을 빛낼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퇴계원고 검도부는 이날 결승 경기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진 못했다. 하지만 끝가지 최선을 다하는 진정한 스포츠맨의 모습을 보여준 이들이야말로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빛난 승자들이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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