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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대] 인명구조견
오피니언 임병호 칼럼

[지지대] 인명구조견

임병호 社史편찬실장·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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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사람’을 또 살렸다. 남양주소방서 119구조대에 배치된 ‘태백’이라는 이름의 인명구조견이 등산을 하다가 쓰러져 사흘째 연락이 두절된 노인을 발견, 목숨을 구했다. 안산시 상록구 건건동에 거주하는 양모(69)씨는 지난 4일 오후 2시 등산을 한다고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안산소방서와 경찰은 가족들의 신고를 받고 나흘 동안 수색을 벌였지만 성과가 없어 인명구조견이 있는 남양주소방서에 도움을 요청했다. ‘태백’은 두 명의 소방교와 함께 수색을 한지 20여분 만에 건건동 야산 등산로 근처 덤불에서 양씨를 발견했다. 다섯살의 ‘태백’은 2010년 10월 남양주소방서에 배치돼 최근까지 80여건의 실종자 수색에 투입돼 활약했다.

역사에 기록된 첫 인명구조견은 18세기 스위스 알프스 산맥의 수도원에서 키우던 세인트버나드 종 ‘베리’라고 한다. 폭설로 산속에 고립된 여행객들을 수도원으로 안내하는 등 구조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지만 안타깝게도 ‘베리’는 실종자를 찾던 중 야생동물로 오인한 사람들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인명구조견이 활용된 것은 1998년이다. 민간인명구조견센터에서 강원도 원주소방서에 ‘다재’와 ‘다솔’이를 무상 임대하면서 시작됐다. 민간에서 훈련시킨 구조견을 소방기관에서 무상 임차해 사용한 것인데 2010년 11월 끝이 났다. 지난해 4월 소방방재청 중앙119구조단이 인명구조견 양성 사업을 시작한 배경이다.

우리나라의 인명구조견 수는 19마리다. 중앙119구조단 3마리를 비롯해 경기도와 경북에 각 3마리, 강원·부산·경남·전남·제주에 각 2마리씩 있다. 구조견들은 1998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978차례 출동해 재난 현장을 누비며 155명을 찾아냈다. 그 중 71명이 늦지 않게 발견돼 생명을 건졌다. 지난 9월 20일에도 포천시 신북면에서 실종된 중증 치매환자인 유모(74) 할머니를 야산 부근에서 찾아냈다. 우리나라 인명구조견들의 활약은 세계적으로 최고여서 2009년 인도네시아 지진, 지난해 3월 일본 대지진 등 국제적인 재난 현장에도 ‘파견’돼 실력을 발휘했다. 사람들이 이젠 ‘개만도 못한 놈’이란 욕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됐다.

임병호 社史편찬실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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