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공중화장실 개선 방향 시민아이디어 기대
문화특별시 부천이 시민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인 공원의 공중화장실 개선방법을 찾기 위해 시민들에게 지혜를 구하고 나섰다.
부천 시내 공중화장실은 801개, 이 중 공원과 역·지하철, 공공기관, 학교 등 공공 영역의 화장실이 267개다.
또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공원 공중화장실은 원미구 56개소, 소사구 13개소, 오정구 22개소 등 총 91개로, 이 중 70여개는 지은지 10~20년이 지나 심한 노후화 문제를 겪고 있다. 더구나 이 시기에 조성된 화장실은 다른지역과 마찬가지로 편리성과 디자인적인 요소라곤 고려하진 않은 기능 위주의 화장실이 대부분이다.
시는 최근 들어 공중화장실에 대한 인식이 휴식장소로 변화함에 따라 선진지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공중화장실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시는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불만, 불안, 불결함 등 문제점을 단계적으로 해소하고, 문화특별시 부천에 알맞는 특색있는 공중화장실을 꾸며 나갈 계획이다.
■냄새나는 공중화장실의 재탄생
그동안 우리에게 공중화장실은 볼 일이 급할 때 찾는 냄새나는 장소에 불과했다. 담배꽁초와 널브러진 휴지조각, 오물, 악취 이 모든 단어가 화장실과 연계됐다. 특히 공원화장실과 같은 곳은 들어서자 마자 느껴지는 강한 암모니아 냄새로 성인은 물론 아이들조차도 사용을 꺼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전국적으로 이색화장실이 늘고 있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보다 깔끔하고 청결한 화장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공중화장실이 가정에서와 같이 편안한 느낌을 주고, ‘더럽다’라고 느끼지 않도록 청결이 유지되는 인테리어 공간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화장실 사용 수준이 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화장실 문화와 에티켓, 환경 등은 외국인들에게도 중요한 평가기준이 된다. 문화특별시 부천이 화장실 문화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 셈이다.
■‘화장실 같지 않은 화장실’이 목표
“너무 불결해서 이용할 수가 없어요. 대책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시민들의 볼멘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하면서 시는 화장실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노후화된 화장실 구조를 쉽게 고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곰팡이와 때로 퇴색된 설비들을 임시방편적인 보수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시가 공중화장실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시민과 함께 고민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구태의연한 화장실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생각이 반영된 휴게장소. 여성들의 파우더룸과 같은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시민 참여형 대책 마련에 나선 시는 각 화장실에 테마를 부여해 ‘화장실 같지 않은 화장실’을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테마가 있는 화장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정답
부천지역 공중화장실은 십여년 전 조성된 칙칙하고 때낀 화장실이 대부분이지만, 수범사례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곳도 있다.
그 중 하나가 한국만화영상진진흥원 내에 자리한 만화박물관 화장실이다. 우리나라 만화가 52%가 상주하며 작품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이곳의 화장실은 온갖 만화 창조물로 가득한 ‘볼거리가 있는 테마화장실’로 유명하다. 만화의 도시 부천의 이미지와 일맥상통하는 공간으로 현재 시가 찾고 있는 화장실 컨셉에 부합하는 곳이기도 하다. 화장실 입구에서부터 만날 수 있는 급한(?) 표정의 캐릭터 들은 화장실 이용객들이 보다 친근하고 편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화장실 내부 곳곳에 그려진 크고 작은 캐릭터와 그림들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매마른 정서까지 포근하게 감싸준다.
또다른 수범사례는 부천역사 내 갤러리 화장실이다. 박재동 화백의 작품이 가득한 이 화장실은 ‘손바다 아트전’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전시가 이뤄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번하고 마는 일회성 전시회가 아니라 정례적으로 새로운 작품이 전시돼 제공자 입장의 화장실에서 사용자 입장의 화장실로 바뀐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이색 화장실은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 외에도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사용자들이 의식적으로 청결을 유지하게 돼 기존 화장실에 비해 오염이 적고, 이 때문에 유지관리도 수월한 장점이 있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생각을 반영해 문화특별시 부천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멋진 화장실을 만들어갈 계획”이라며 “시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아이디어 제안에 동참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천=김종구기자 hightop@kyeonggi.com
<인터뷰> 김만수 부천시장 "문화특별시 부천에 걸맞는 화장실로 바뀔 것" 인터뷰>
-화장실 개선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우리 부천은 만화, 영화의 국제적인 문화행사가 연례적으로 열리고 있어 외부 관광객이 일년 내내 왕래하는 도시다.
문화행사와 더불어 인천국제공항과 인접한 지리적인 요인으로 외국관광객이 쉽게 찾는 도시인 만큼 지금이 문화특별시 부천에 걸맞는 공중화장실의 새로운 탄생을 고민해야 할 적기라고 본다.
화장실로 인해 부천의 좋은 이미지가 희석되지 않도록 공중화장실을 바꿔나갈 생각이다.
-공중화장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느 시민이 시 홈페이지에 “공중화장실에 들어서면 진한 향기가 코를 즐겁게 하고, 꽃병과 그림 한 점이 눈을 즐겁게 하며, 흘러나오는 음악 한곡이 귀를 즐겁게 해 주는 그런 화장실을 기대해 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시민처럼 보통의 사람들이 꿈꾸는 그런 화장실을 만들고 싶다. 당장은 현 실태를 감안해 단계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시작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시민이 아끼고, 친숙해하는 공중화장실로 재탄생시킬 생각이다.
이를 위해 먼저 전문적인 청소시스템을 구축하고, 화장실의 불쾌한 냄새를 해소하기 위해 90% 이상의 냄새제거 효과가 검증된 암모니아가스 방지 부품을 단계적으로 전체화장실에 설치할 계획이다.
또 오래된 원도심부터 리모델링 등을 실시해 시설을 개선하고, 신규시설이나 리모델링 시설에는 만화도시 부천의 특성을 살려 이색적인 디자인을 도입하기로 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공중화장실 이용 취약계층을 우선 배려하는 화장실 즉, 여성친화적인 화장실, 어린이 노약자들의 이용편리를 고려한 시설을 확대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재원 확보를 위해 화장실 개선을 기업의 사회환원 사업과 연계해서 추진한다면 예산 부분도 어느 정도 유연성을 갖고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천=김종구기자 hightop@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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