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하의 냠냠독서]수능 앞둔 장한 청소년을 위하여

가을 들판엔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가을이 풍요로우면서도 스산한 마음이 드는 것은 조금 차가워진 바람이 더 추워질 겨울을 예고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한 해가 저물어 가는데 해 놓은 것 없는 쭉정이 열매를 가진 경우는 더욱 마음이 바빠진다.

대입 수능도 이제 한 달 남았다. 초중고 10년 넘게 공부한 결실을 잘 갈무리 할 때다. 이럴 땐 더욱 척박한 현실로 내몰린 사람들을 돌아보자. 그러면 내 사정이 조금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황순원 소설 ‘나무들 비탈에 서다’를 읽으며 직면한 어려움에 살았던 그들을 생각해보자. 지금의 나는 고마울 뿐이다.

‘소나기’로 잘 알려진 황순원 작가의 가장 전성기에 쓰여진 ‘나무들 비탈에 서다’는 4·19혁명이 일어났던 1960년에 쓰여졌다. 전후소설로 6·25 전쟁과 그 직후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전쟁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통해서 인물들의 비극적인 상처와 아픔을 얘기한다.

어쩌면 오늘날 청소년들은 입시라는 전쟁 속에서 기울어진 땅에 심어진 나무처럼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는 당시의 저마다 사연을 보여주고 있다. 어두운 땅에 심어진 나무의 뿌리는 어둠속에서 양분을 찾아 헤매고, 우리도 필요한 것에 촉수를 곧추세우고 받아들인다.

그런데 깊은 굴에서 빠져나와 하늘을 본다면 흐릿한 하늘도 정말 밝게 느껴지듯이 지금 우리의 현실은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들이 살았던 것 보다 조금은 편리해졌다.

이 소설이 주는 1950년대는 질곡의 시절로 수난 그 자체였다. 소설을 읽으며 어쩌면 내 현실도 가벼운 전쟁이라 생각해 보자. 무기형을 선고받은 현태의 씨를 잉태한 숙이의 독백을 곱씹어 보면 그들로선 부러운 현재를 너끈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문의(031)257-5067

전방하 동화작가·‘독서특훈하나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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