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나들이]서유미 소설 ‘당분간 인간’

‘당분간 인간’(창작과비평사 刊)은 2007년 문학수첩작가상과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서유미 소설가의 첫 단편소설집이다.

작가는 고단한 현실의 단면을 기발하고 재치있는 상상력으로 버무림으로써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씁쓸하고 애잔한 느낌의 단편으로 내놓았다.

표제작의 주인공은 어렵게 구한 새 직장과 이웃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에 점점 몸이 딱딱하게 굳어가고 부스러지는 기이한 증상에 시달린다. 반면 그의 전임자는 갈수록 몸이 물렁해지는 증상으로 괴로워한다.

증상을 감추며 버텨내려 애쓸수록 힘들어지는 상황을 통해 ‘당분간 인간’으로 태어나 살고 있지만 인간적일 수 없는 현실을 은유적으로 꼬집는다.

또 다른 단편 ‘스노우맨’은 폭설을 뚫고 출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남자를 쫓는다.

그는 온 도시가 기록적인 폭설로 재난 상황임에도 직장에 뒤처질까봐 삽 한 자루를 들고 출근을 감행한다. 출근길은 멀고 부장은 태연하게 출근을 재촉하는 답답한 상황에 남자는 자신의 무능력을 자책하며 삽질을 계속한다.

작품 ‘저건 사람도 아니다’에서는 양육과 직장생활에 지친 한 여성이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가진 로봇 도우미의 힘을 빌렸다가 오히려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리는 상황을 그린다.

이처럼 저자의 단편속에는 누구에게나 녹록치 않은 세상살이의 고단함이 묻어나며, 현실적인 에피소드로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저자는 또 각 단편에서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이 서로 위로하고 작게나마 베풀고 나누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강조한다. 값1만2천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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