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여러 가지 콘텐츠의 원천소스로서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두 가지로 생각해 본다. 첫 번째, 만화가 가진 ‘태생적 자유로움’이라는 성격 때문이다. 만화의 태생적 자유로움이란 영화, 드라마 같은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작가는 보다 자유롭게 그 안에서 자신의 상상력을 구현할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전문성을 확보한 디테일의 획득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독자층의 확대로 교육 수준과 지적 수준이 높아진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이 어떤 분야에 있어 전문적인 경향을 띄게 되고, 작가는 그 수요 계층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료조사와 취재에 많은 공을 들여 전체적인 작품 퀄리티를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만화계 전반에 있어 일련의 흐름이 되고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사실관계, 전문적 디테일이라는 측면의 대표적인 예로는 허영만 작가의 ‘식객’을 들 수 있다. 또한 최근 다양한 스토리텔링 공모전을 보면 이러한 경향을 보다 쉽게 알 수 있는데, 심사위원들은 전문성과 충분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작품에 보다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공모를 거친 성공작들의 후일담으로는, 해당 작가들이 얼마나 사실관계에 공을 들였는지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전해진다. 심리, 스포츠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최근 만화가들은 드라마 구조에 전문적 지식을 이식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취재를 위해 여러 방도로 궁리를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두되는 것이 바로 작가들의 정보획득의 어려움이다. 하지만 대개의 작가들은 높은 취재의 벽 때문에 원하는 만큼의 정보획득에 실패하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취재와 관련하여 기업체를 만나보면, 이를 통해 자신들의 회사 홍보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가 기업에게는 큰 관건이다. 작가로서 대중적 이름을 획득하지 못한 신인작가들 일지라도, 창작물의 취재를 돕는 것이 사회적, 문화적으로 얼마나 큰 기여가 되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간접적 홍보에도 도움이 되는 것인지 인식을 개선해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경기도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유산만이 아닌 다양한 사회문화적 경제적 자산을 갖고 있다. 인구는 천만을 넘어 있고, 31개 시군이 보여주는 다양성은 그 어떤 지역보다도 풍부하다. 이러한 것들은 콘텐츠 창작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모티브이자, 자원이다.
그러나 창작자, 특히 만화가는 개인화된 작업의 형태를 가진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경기도가 개인으로 찾아가 만나기 어려운 큰 회사의 디테일, 지역의 문화, 관공서 등의 조사와 취재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 혹은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문화 선진국일수록 사회문화자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홍보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음은 물론이다.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의 독창적이고 신선한 ‘작가밀착형’ 지원 프로그램을 기대해 본다.
윤태호 (만화가/경기콘텐츠기업협의회 만화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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