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 10곳 중 1곳이 한일관계 악화로 피해를 보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10곳 중 6곳이 손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돼 해결책이 요원한 실정이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대일 거래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한일관계 변화의 산업계 영향과 대응과제 조사’ 결과, 한일관계 악화로 교역차질과 매출감소 등의 피해를 입은 기업이 전체의 12%에 달했다.
또 한일갈등이 장기화할 시 피해를 볼 것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64.7%로 나타나 한일관계가 대일 거래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관광업의 28.6%, 일본수입차 딜러업의 25.8%, 식품업의 20.6%, 휴대전화 가전제조업의 5.6%, 문화콘텐츠업의 4.3%가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한일관계 악화가 지속될 경우 관광업의 83.3%, 일본수입차 딜러업의 80.6%, 문화콘텐츠업의 73.7%, 휴대전화·가전제조업의 69.5%, 식품업의 64.7%가 피해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국내 관광업계는 일본인 단체관광 예약취소 등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피해를 입고 있다.
국내 3대 여행업체 A사 관계자는 “한일갈등이 발생한 광복절 이후 지난달 말까지 한국여행을 취소한 일본인 단체관광객이 300명에 육박한다”며 “9월 하순부터 시작되는 일본의 수학여행 특수가 실종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여행을 떠나는 한국 관광객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해외여행상품을 판매하는 B사 관계자는 “일본의 반한정서를 의식해 동남아나 중국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일본차 판매업체인 C사도 지난달부터 방문객이 30% 감소했고 실제 계약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C사 관계자는 “2005년 다케시마의 날 제정, 2006년 일본교과서 독도표기 등 한일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며 “주위 시선 때문에 일본차 구매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흑초를 일본에 수출하는 D사도 일본 현지 매출이 3분의 1로 급감해 일본 주문업체로부터 납품 연기 요청을 받은 상황이다.
이처럼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대일 거래기업의 피해가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별다른 대응은 없는 상황이다.
대응조치 여부에 대해 응답기업의 94.4%가 ‘없다’고 답했고 대응계획을 마련한 기업은 5.6%에 불과했다.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기업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과제로는 ‘한일관계 정상화 노력’(65.0%), ‘일본시장·일본기업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17.5%), ‘피해기업 경영안정 지원’(9.9%), ‘수출입선 전환 및 해외마케팅 지원’(7.6%) 등이 차례로 제기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과거사 및 영토문제와 관련한 갈등 때문에 한일 양국 모두 피해를 입고 있고 앞으로도 재발할 우려가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피해기업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양국 간 공존공영을 위해 일본 측에서 전향적이고 성숙한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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