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놓고 악천후 뚫은 3시간 고행 자신과의 싸움 이겨낸 4천여m 등반
고산증. 해발 3천m 이상의 고지대를 등반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 호흡에 불편을 주는 것은 물론 식욕 저하와 무기력증, 두통, 구토 등 다양한 고통을 동반한다는 고산증의 공포는 지난 8월21일 해발 4천m 고지를 돌파한 15명의 줌마 대원들에게도 서서히 그 ‘마각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3천m가 넘은 시점부터 두통약을 복용하고 물티슈로 샤워를 대신하며 고산증 원천봉쇄에 나섰지만, 그렇다고 쉽게 물러날 호락호락한 녀석이 아니었다. 3천m를 넘으면서부터 머리가 ‘띵’하다는 대원들이 하나 둘 생겨나더니 4천m부터는 상당수 대원이 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특히 고산증은 다리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김미란 대원(46·부천시)과 감기로 고생하고 있는 고인정 대장, 배탈로 며칠째 설사가 멈추지 않고 있는 이원석 기술 위원 등 컨디션이 좋지 않은 대원들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었다.
텐트생활 10일째, 지친 체력으로 평지마저 숨찬 걸음
식욕마저 떨어지는 고상증에 시달려도 포기는 없었다
하지만 고산증이 아무리 심술을 부린다 해도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계속되는 비로 산길 곳곳이 유실된 탓에 단 하루 지체할 시간적 여유조차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산 중에서도 가장 험난한 코스로 손꼽히는 마나슬루 4천800m 베이스캠프 등반을 앞둔 8월22일 아침.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퍼부어대는 소나기 속 텐트 안에서 선잠으로 피곤을 달랜 대원들을 맞은 것은 안개가 잔뜩 낀 최악의 날씨였다. 그렇게도 좋았던 식욕을 ‘뚝’ 떨어뜨린 고산증의 심술을 이겨내며 겨우 아침밥을 한술 뜬 뒤 4천800m 베이스캠프를 향해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4천m 이상의 고도가 빚어내는 고산증의 압박은 실로 대단했다. 가파른 경사길도 숨 한번 고르지 않고 오르던 대원들이었지만, 평평한 길에서도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가쁜 숨을 몰아 쉬어야 했다. 10일째 계속된 텐트 생활로 지칠 대로 지쳐버린 체력 또한 대원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말 그대로 ‘정신력’ 하나로 버티며 산길을 오르길 4시간여. 몰아치는 비바람과 희뿌연 안개 사이로 차마 건널 엄두조차 나지 않을 만큼 강한 급류가 휘몰아치고 있는 계곡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차피 이 날씨에 올라가 봐야 아무것도 안 보일 거에요. 그냥 이쯤에서 사진 찍고 내려가시죠”
길을 안내하던 현지 셀파(네팔 현지 산행보조인)들도 더 이상의 등반을 만류하는 상황이 대원들의 앞을 가로 막았다. 그야말로 최악. 베이스캠프를 밟고 말겠다고 다짐하던 대원들의 마음속에도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데 그만둘까?’ 하는 약한 생각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대원들은 결국 포기하지 않았다. 큰 돌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급류가 휘몰아치는 계곡을 건너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 속에서 몽롱해지는 정신을 바로 잡으며 아찔한 낭떠러지 주변 길을 오르기를 3시간여. 결국 극심한 고산증으로 더 이상의 진행이 불가능해진 4명을 제외한 11명의 대원이 베이스캠프의 등정의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임영복 대원(58·양평군)은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면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내 자신이 너무도 대견하다”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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