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입회하에 공개된 장소서 진행·핵심 항목 제외
인천시교육청이 여교사 성추행 파문과 관련,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벌인 진상조차 차원의 설문조사가 형식적이고 방법도 잘못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29일 오후 공립 초·중·고 교사 1만8천여 명을 대상으로 ‘청렴한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교장 등 학교관리자들이 근무성적평정 점수를 빌미로 승진을 앞둔 여교사를 성추행하고 접대를 받았다는 투서가 접수된 데 따른 것이다.
설문조사 내용은 교사가 학교장의 외부 출장 시 배웅하러 나간 경험, 학기말 평가 반성회의 형태, 강요된 회식자리 참석 유무, 성희롱 또는 성추행 유무, 교육감의 공직기강 확립 ‘서한문’ 발송 이후 변화 정도 등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설문조사 방식이 이웃학교 교감 입회하에 공개된 장소에서 일괄적으로 이뤄져 피해 사례를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며 일부 교사가 항의하고 나섰다.
또 계약직 여교사(1천500명)를 설문 대상에서 제외하고, 여교사 투서사건을 유발한 승진·근무평정제도 등 근본적인 문제 항목에 대한 질문이 빠진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A 초교 교사는 “한 장소에 교사를 불러놓고 칸막이도 없이 공개적으로 조사했다”며 “옆 학교 교감이라도 교사들 입장에선 불편하기 마찬가지인데, 설령 학교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하더라도 사실대로 답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노현경 인천시의원은 “설문조사 도중 여교사들의 항의가 전화와 문자로 와서 알게 됐다”며 “여성문제 전문가를 참여시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설문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교 관리자를 배제한 채 설문조사를 진행해 문제가 없다”며 “사안이 시급한 만큼 서둘러 조사를 진행하다 보니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최근 일부 학교 교장이 여교사를 성추행한다는 내용의 투서가 2차례나 접수돼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혜숙기자 ph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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