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공직자들이 직접 쓴 ‘대한민국 목민심서’

대한민국 공무원은 책을 쓰지 않는다. 국가의 중대사,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면서도 과정과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는 사례가 드물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공무원들의 기록이 별로 없다.

그러나 최근 ‘다산을 사랑하는 수원시 공무원 모임’이 공직사회의 오랜 침묵을 깨고 첫번째 저서로 ‘대한민국 목민심서’을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수원시 6급 공무원으로 각각 행정·기획·회계·주택행정·건설·사회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은 지난 2007년부터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를 함께 따라 읽으며 공부했다.

정기적으로 모여 토론을 벌이고 다산의 유적지를 답사했다. 때로는 전문가를 초빙해 목민심서가 전해주는 시대정신과 가치에 대해 확인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후 1년 6개월 동안 지방행정 현장의 문제들을 집약하고, 다산의 애민정신을 기초로 공무원들의 현장 지침서를 내놨다.

이들은 공직사회가 어떤 조직인지,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는지, 어떤 문제가 개입되는지, 공무원들의 고민과 애환은 무엇인지 세세하게 적고 있다.

또 공직사회의 부패를 차단하기 위해 부패의 종류와 유형, 사례를 가감없이 부록으로 싣고, 공직자들의 정신무장과 사회 전체의 노력이 부패를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산 탄생 250주년을 기리기 위해 펴낸 이 책은 목민심서의 가치에 따라 목차도 일반행정(기획, 인사, 회계), 지적, 세무, 건설(토목), 건축, 녹지(임업), 복지(사회), 정보(통신)로 배치했다.

‘청렴하고 공정하라’란 주제로 글을 쓴 장동훈 기획팀장은 “목민심서에서 말하는 ‘청렴’이 공직자들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라“공직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책을 통해 청렴에 대해 깊이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대표필자 장보웅 행정전략팀장은 “공직사회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선두로 현대판 목민심서를 쓰게 됐다”면서 “또다른 누군가가 우리의 뒤를 이어 다산 선생이 말하는 청렴을 완벽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책의 판매 수익금은 후학 양성에 생애를 바친 다신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전액 수원장학재단에 기부된다. 값 1만5천원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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