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보다 더 큰 울음은 흐느낌, 박장대소보다 큰 웃음은 그윽한 미소다. 그대와 나를 이어주는 잔잔한 교감의 의미. 깎아지른 절벽위에 미학과 철학과 조형학이 두루 겸비된 이 마애불은 부처의 형상에 백제인의 얼굴을 바꾸어놓은 능수능란한 걸작이라고 느껴진다. 좀 더 예의를 갖춰보면 단순한 묘사이거나 재현이 아닌 백제인의 혼을 살려내는 재생적 발현이라는 찬탄을 할 수밖에 없다. 방금 들에 나물 캐러 나온 여인이거나, 우물가에 물 길러 나온 백제 처녀 같고, 시주 나온 노승 같이 부드러운 인상이다.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풍겨오는 자애로운 미소와 따뜻한 숨결에서 더욱 깊이 우러나오는 것.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