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로고
[임병호 칼럼] ‘목민심서’를 백번 읽어야 하는 이유
오피니언 임병호 칼럼

[임병호 칼럼] ‘목민심서’를 백번 읽어야 하는 이유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기자페이지

수원시청 과장 아홉명이 보기 좋은 일을 벌였다. 다산 정약용 탄생 250주년(2012년 8월 3일·음력 1762년 6월 16일)에 맞춰 이름하여 ‘대한민국 목민심서’라는 책을 출간했다. 공동 집필자들은 ‘다산을 사랑하는 공무원 모임’의 주인공들이다. 글 주제들도 다양하다. 지방행정과장 장보웅은 ‘과장은 공직과 명예의 중심이다’ 등 5편, 회계과장 장동훈은 ‘청렴하고 공정하라’, 지적과장 지준만은 ‘삶의 터전을 관리하는 일’, 세무과장 공영식은 ‘국민의 피를 다룬다’, 녹지과장 최재군은 ‘정체성과 철학이 생명이다’, 건축과장 기우진은 ‘건축은 예술이다’, 건설과장 김정화는 ‘국가 건설의 기반을 세우다’, 사회복지과장 김범수는 ‘모든 행정은 사회복지다’, 정보통신과장 양경환은 ‘차가운 기술 & 따뜻한 세상’이란 글을 각각 썼다. 자신들이 체험을 옮겨 현장감이 높다. 과장으로서의 자긍심이 대단하다.

“군자의 학문은 修身이 그 절반이요, 나머지 절반은 牧民이다. 목민관은 백성을 위해서 존재한다. - <목민심서> 자서”, “천하의 마땅한 이치로 보면 벼슬을 위하여 사람을 택하는 경우는 있어도 사람을 위하여 벼슬을 택하는 경우는 없다. -제1강 ‘부임’편”, “아전을 단속하는 근본은 자기를 단속하는 데에 있다. 자신의 몸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아전이 실행하고, 자신의 몸이 바르지 않으면 비록 명령을 내려도 아전이 실행하지 않는다.-제5강 ‘아전’편”,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사람을 쓰는 데에 달려 있다. 군과 현이 비록 작지만 사람 쓰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아전’편”, “목민관 일을 잘 하려는 자는 반드시 인자해야 하고, 인자하려면 반드시 청렴해야 한다. 청렴하려면 반드시 절약해야 하므로 절약해서 쓰는 일은 목민관이 맨 먼저 힘써야 할 일이며, 씀씀이 줄이기와 물자절약은 수령의 으뜸가는 임무다. -제2강 ‘율기’편”, “토지를 측량하는 법은 아래로는 백성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위로는 나라에 손해를 입히지 않으며 오직 공평해야 한다. -제6강 ‘호전’편”, “비록 백성들이 수납 기일을 어기더라도, 아전을 풀어 납부를 독촉하는 것은 마치 호랑이를 양우리에 풀어놓는 것과 같으니, 결코 그렇게 해선 안 된다.-‘호전’편” 등 주제에 맞는 다산의 말을 인용했다. 구구절절 옳은 애기들이다.

다산 정약용(1762 ~1836)의 ‘목민심서(牧民心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산은 지방관을 각성시키고 농민생활의 안정을 이루려는 목적으로 ‘목민심서’를 저술했다. 지방관으로써 지켜야 할 준칙을 자신의 체험과 유배생활의 견문을 바탕으로 서술한 48권 16책에 이르는 명저다. 백성을 보살펴주는 일 ‘牧民’을 특히 강조했다. “백성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백성도 없고 나라도 없으면 벼슬아치 역시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담았다. 공무원들에겐 금과옥조(金科玉條)다. 오랜 세월 청렴과 공정이 강조되는 데도 공직자의 부정·부패·비리가 끊이지 않는 오늘날 ‘목민심서’를 백번은 읽어야 한다. 두 말할 나위 없이 공무원은 국가의 중추다. 특히 지방자치제 공무원은 행정의 뿌리이기 때문.

공무원의 청렴과 공정, 능력에 지위고하가 있을 수 없지만 지방행정에서 과장은 시장·군수를 정책적으로 보좌하고 실무적으로 집행하는 중요한 직책이다. 조직을 통솔해 정책목표와 성과를 관리하는 최 일선에 위치해 있으면서 직원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 과장이다. 시장·군수가 주도하는 정책과 인사에서 위아래를 조정하는 데 필요한 균형감각을 갖춰야 된다. 공직사회의 안정을 위해서는 먼저 과장들이 중심을 잡아야 하고, 중심잡기에 필요한 균형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끝난 뒤 시장·군수가 바뀌면 휘둘림을 당하는 중심에 서 있는 직책이 또한 과장이다. 혁신의 대상도 되고 주체도 된다. 어느 때는 사회발전의 견인차로 칭송되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한다. 봉사하는 삶, 외길 인생의 공무원 자긍심이 흔들리는 이유다. ‘다산을 사랑하는 공무원 모임’이 ‘목민심서’의 현대적 해석서가 아닌 현대판 ‘목민심서’를 만든 배경이기도 하다.

공직의 최대 보수는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다. 공무원이 섬겨야 할 대상은 주민, 국민이다. 목민관으로 가는 길을 일러준 아홉명 수원시청 과장들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졌다. 한국의 모든 과장 공무원들이 애민정신 구현에 잎장선 ‘다산을 사랑하는 공무원 모임’에 합류해야 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