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중진 소설가가 된 김연수가 4번째 소설집 ‘지지 않는다는 말’(마음의숲刊)을 냈다.
마라톤 마니아로 알려진 김연수는 승부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성격이다. 레이스 자체를 즐기는 여유로운 편이다. 그런 그가 ‘지지 않는다는 말’을 화두로 소설집을 냈다. 이번 소설집의 첫 부분은 “졌다, 졌어.”라고 중얼거리며 축구 경기를 관람하던 아버지에 대한 유년시절의 기억과 ‘고통의 연대’를 맛보여 주던 군대에서의 경험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래서 이 책은 김연수가 어린 아이였을 때부터 중년이 될 때까지 체험한 사랑, 구름, 바람, 나무 빗방울, 쓴 소설과 읽은 책, 예술과 사람 등에 관한 이야기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궁극에는 삶의 기쁨과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문학적으로 더 깊고 넓어진 사유의 문장들, 그의 소설 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워진 문장을 읽게 된다.
또 소설가이자 한 인간으로서 매 순간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하고, 피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있는 만큼 견디며 극복하고, 하고 싶은 일은 지금 하면서 살아간다. 김연수는 이런 삶의 자세 덕분에 인생이 더 소중해졌고 삶은 희망과 맞닿게 되었다고 기록한다.
이 책을 통해 그는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반복적으로 버티어 이겨내는’ 삶을 권하고, 삶의 고난 앞에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관용과 무덤덤함을 끄집어내어 다시 한 번 더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 바로 예술”이라는 든든한 말도 잊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 ‘루저(loser)’라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김연수는 스스로 달리고 싶어서 달리는 것은 달리기이지만, 달리고 싶지 않은데 다른 사람들 때문에 억지로 달리는 것은 ‘후달리기’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기는 어렵지만 후달리지 않기는 어렵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후달리지 않는 삶을 이뤘다면 ‘인생을 한 번 더 살게 되었다’고 여겨 볼 것을 권한다.
특히 김연수 작가의 팬이라면 어린 시절 온가족이 함께 떠났던, 김천의 유일한 테마파크였던 ‘찌끼사’(혹은 직지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비롯한 유년의 추억들, 혼란 속에서 보냈던 청년기, 그리고 소설가가 된 이후, 40대에 들어선 이후 겪은 일들에 대한 자전적 깨알같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더 없이 재미있다. 값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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