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한반도에 농작물 재배지도 바뀌었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에 아열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농작물 재배 지도까지 크게 바뀌고 있다.

기온이 오르면서 농작물 재배한계선이 북상한 탓에 ‘제주 감귤’, ‘대구 사과’와 같은 지역 특산물 개념도 이제는 실종되다시피 했다.

13일 통계청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인 아열대 작물로 제주도에서만 생산된 감귤 재배지는 전남, 경남 등 내륙으로 이동한 지 오래됐다.

지난해 제주의 감귤 재배지는 2만1천363㏊로, 전체 재배면적(2만1천424㏊)의 99.7%를 차지했다.

하지만 경남이 감귤 재배에 나서 2007~2011년 재배면적이 10㏊ 이상을 유지했다. 전남 역시 2000년대 들어 감귤을 신특화작물로 삼고 재배에 나서 2005년에 재배면적 75㏊를 기록했다.

복숭아는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동해(凍害) 발생이 줄어 경북지역 뿐만 아니라 충북, 강원, 경기까지 재배가 가능해졌다.

충북은 1990년 1천184㏊에서 올해 3천743㏊까지 늘어 20여 년 사이 재배면적이 세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강원은 1990년 449㏊에서 올해는 554㏊를 기록했고 경기 역시 1990년 815㏊에서 2005년 1천366㏊까지 확대됐다. 특히 남한 최북단 지역인 파주시의 재배면적이 1992~2007년 15년 사이 1.2㏊에서 15㏊로 급증했다.

포도 역시 재배지가 북상했다. 포도의 주산지인 경북은 지난해 8천306㏊로 가장 넓었던 1998년(1만3천703㏊)보다 39.4% 급감했다. 1990년대에 100㏊ 내외였던 강원은 2008년엔 371㏊까지 확대됐다.

온대 과일인 사과는 기온이 오른 탓에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있다. 1990년 4만8천833㏊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5만㏊를 유지하다가 최근 3만㏊대로 떨어졌다.

특히 사과 주산지인 경북은 1992년 3만6천355㏊로 역대 최고치에 올랐다가 지난해 1만9천24㏊로 반토막 나다시피 했다.

그러나 강원지역은 사과 재배면적이 2007년 114㏊에서 올해 434㏊로 최근 들어 네 배가량 급증했다. 온도가 비교적 낮은 산지로 재배지가 이동한 것이다.

추위에 잘 견디지 못해 주로 남부지방에서 재배된 쌀보리는 충북, 강원지역으로까지 퍼지고 있다.

재배면적이 1990년에 전남이 5만5천253㏊, 전북은 7천455㏊로 전북이 전남에 한참 뒤졌다. 이후 전남의 재배면적이 갈수록 줄고, 전북은 소폭 늘어나 2010년 전남 9천373㏊, 전북 9천621㏊로 역전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기후온난화에 대응한 지역별 품목 전환이 시급하다”며 “온난화에 대응해 기존 품종을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아열대의 신품종을 국내에 도입해 정착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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