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벗삼아 ‘삶의 무게’ 내려놓으니… ‘그곳에 새삶이 있었네’
한 권의 감동적인 책을 읽는다거나, 여행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 본다거나, 혹은 의학적인 치료나 상담받는 등의 다양한 치유법이 있겠지만 ‘운동’만큼 확실하고 바람직한 치유법도 없을 것이다.
이에 본보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운동’을 통한 신바람 나는 치유를 권해보고자 한다. 삶이 고단하고 힘든 이들이라면 나태함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새로운 ‘운동’에 도전해보자.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 열심히 즐기다 보면 훨씬 활기찬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주
“등산 때문에 생명을 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앞으로도 산을 사랑하는 산악인의 한 사람으로서 평생 산을 벗 삼으며 살고 싶습니다”
‘열혈 등산 애호가’인 엄명옥씨(58·가평군)와 임영복씨(59·양평시)는 등산을 통해 삶의 의지를 되찾은 주인공들이다.
등산을 하며 ‘암’과 ‘극심한 우울증’이라는 ‘삶의 무게’를 이겨냈다고 하니 말 그대로 ‘산’에서 구원을 찾은 셈이다.
등산으로 ‘암’을 이겨낸 주인공인 엄명옥 씨는 지난 2008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남편과 함께 제과점을 운영하며 대학생 딸을 키우던 엄씨에게 유방암 진단은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충격’ 그 자체였다.
“정기 검진에서 가슴에 혹이 있다는 진단을 받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그런데 한참 뒤 찾은 병원에서 유방암 선고를 받게 된 거에요. 화목했던 가정이 하루아침에 초상집 분위기가 됐죠”
6개월의 항암치료 끝에 받은 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그 후유증은 대단했다. 여성으로서의 상실감과 암이 재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엄씨를 극한의 고통으로 내몰았다. 이 같은 괴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엄씨가 선택한 치유법은 다름 아닌 등산. 엄씨는 대수술을 받은 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평소 즐겨 오르던 산을 찾기 시작했다. 대수술과 항암 치료로 인해 떨어진 체력이 엄씨의 발을 붙잡았지만 그래도 이를 악물었다. 엄씨의 건강을 걱정하던 남편도 산행에 적극 동참했다. 그 결과 엄씨는 ‘암’을 극복하고 백두산과 중국의 황산, 일본의 구중산과 복지산 등 해발 2천m를 훌쩍 넘는 험준한 산을 거뜬히 오를 수 있을 만큼의 건강을 되찾게 됐고, 남편과 함께 꾸준히 산에 오르며 암 발병 이전보다 더 활기차고 행복한 삶을 살수 있게 됐다. 환갑을 목전에 둔 나이에도 2곳의 등산 모임을 통해 매주 1차례 이상씩 산에 오른다고 하니 더 이상의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다.
밀려드는 허무감은 임씨를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우게 했고, 함께 찾아온 불면증은 정상적인 생활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오죽하면 하루에 10알이 넘는 우울증 약을 삼켜야 했고, 수시로 밀려드는 자살 충동 때문에 가족들마저 마음을 놓지 못할 정도였다.
“갱년기 우울증이라는 게 그렇게 무서운 것인지 정말 몰랐습니다. 말 그대로 정말 죽고 싶은 마음 뿐이더라고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미친 듯이 등산에 매달린 것 같아요”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찾은 산은 임씨의 삶을 ‘거짓말’처럼 변화시켰다.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은 임씨의 머릿속에 잡념이 머무를 틈을 주지 않았고, 산 정상에 올라야만 얻을 수 있는 뿌듯한 성취감과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는 즐거움은 임씨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었다.
결국, 임씨는 수 년 동안 끈질기게 자신을 괴롭혔던 우울증을 극복하고, 더욱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건강 검진을 통해 확인한 신체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10년 이상 젊다고 하니 등산의 엄청난 효과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등산’을 통해 중년에 찾아온 삶의 위기를 이겨냈기 때문일까. 이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을 중년 여성들에게 등산을 추천하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전신 운동도 하고, 성취감과 자신감도 되찾을 수 있는 등산은 중년 여성들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운동”이라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통해 더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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