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국내 수출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수출시장의 견인차 역할을하는 경기도 역시 반도체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주요품목 수출이 올 들어 부진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국내 성장동력의 70% 안팎을 차지한 수출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보는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본사 3층 접견실에서 ‘경기도 수출 다시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창간 24주년 기념 특별 좌담회를 열고 위기 한가운데 선 경기지역 수출의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했다.
<참석자> 참석자>김병근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홍기화 경기中企종합지원센터 대표이사 / 장준호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기업협의회장 / 전원수 aT서울경기지사장 / <사회> 정재환 경제부장 사회>
-경기일보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수출 전문분야에서 활동하는 長을 모시고 좌담회를 마련했다. 여러가지 위기가 닥쳐있는 데 경기지역 수출을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 현장경험이 많은 패널들이 제언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우선 ‘경기도 수출, 다시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경기도 경제와 수출동향, 현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경제와 수출 현주소에 대해 홍기화 대표가 소개해달라.
홍기화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대표이사= 경기도 수출은 올 상반기 마이너스대로 떨어졌다. 문제는 재벌중심의 수출구조로 60% 이상이 재벌의 수출이고 중소기업은 30% 밖에 안된다.
또 지난 20년 간 수출의 취업유발지수라든지, 경제개발지수에 대한 기여도가 떨어지고 있다.
휴대전화의 80%가 해외에서 생산되는데 취업은 물론이고 경제기여도 될리 없다. 지금 당장 세계 경제에 어려움이 깔려있다 해도 구조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별도로 존재한다. 대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중소기업이 히든챔피언이 되도록 해야한다.
김병근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홍 대표 말대로 해외수요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 도내 중국수출 비중이 60%인데 중국의 대유럽 수출이 안되면서 중국수출이 어렵다. 사실 경기도의 유럽 수출은 13%로 그다지 많지 않다. 유럽위기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보다 간접적으로 끼치는 게 영향이 크다.
업종별 차이는 있지만 대개 현장에 나가보면 수출이 20%정도 감소했다고 한다. 이 부분은 우리 업체자체로는 대외변수이므로 대응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출선을 다변화해야하지 않나 한다.
전원수 aT서울경기지사장= 올해 상반기까지 농수산물 수출액이 37억2천만 달러로 일반 공산품보다는 수출실적이 늘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수출과 관련해 품목 다변화 얘기가 나오는데 이 중 손꼽히는 게 IT 관련 콘텐츠 상품이다. 판교쪽도 테크노밸리 조성으로 여러 기술개발과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현 수출경기 흐름과 IT수출은 어떤 영향이 있나.
장준호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기업협의회장= 우리 수출항목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소프트웨어와 IT 서비스를 들여다봐야한다고 본다.
IT 서비스, 더 들어가 데이터센터라는 분야가 우리 수출산업의 물꼬를 틔울 수 있다고 본다. IT 서비스를 전세계에 확대하려면 서비스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데이터센터가 일종의 IT인프라 수출이다.
홍기화= EU 재정위기 여파로 경기도는 부품수출이 제일 많이 줄었다. 올해들어 -6%로, 중국 부품이 좋아진데다 현지 공장에서 부품을 빨리 공급받아야 하면서 우리 기업마저도 우리 부품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미래 성장동력을 제조, 부품산업에서 벗어나 IT서비스에 중점을 둬야한다.
-경기지역 수출업체가 FTA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보는지.
김병근= 중소기업의 FTA 활용률은 생각보다 높다. 미국의 경우 활용률이 60%고, EU는 80%다. 물론 실적과 활용률이 일치하진 않는다. 대미수출은 작년 동기대비 15%늘었지만 EU는 7.8%정도다. 그러나 유럽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만큼 유지했다는 것은 FTA 활용을 많이 해서라고 본다.
문제는 활용 기업들이 FTA 효과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거다.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업체가 40%정도다. 특혜관세 규정을 세세하게 모르고 당사에 전문인력이 없어 활용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 상당수 기업이 수출에 동참하면서 경쟁이 심해지는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전원수= 한미 FTA 발효 이후 데이터를 보니 6월까지 대미수출은 6.3% 증가했는데 수입은 8% 감소했다. 주로 많이 증가한 부분이 김이나 음료수, 김치 이런 것들이다. 음료는 49% 증가, 김 24%, 김치 16.1% 증가했다. 일부 품목은 효과가 있는데 이런 부분을 더 잘 활용해야하지 않을까 한다. 아직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장준호= 어떤 분야에 대한 일등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최근 넥슨과 엔씨소프트 둘이 합쳐 1·2등을 해보자를 취지로 합병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가 온라인 게임 산업에서의 ‘애니콜’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일이 많은 분야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FTA 시대에는 우리가 1·2·3등에 들어갈 수 있는 분야를 정부에서 키워줘야 한다.
전세계에서 1·2등을 하려면 동종산업에서의 합병도 필요하고, 같은 산업에서 여러개 아이템 중에 농수산물 분야든, 전자제품 분야든 성장시킬 만한 항목을 생각해보고 정부 등에서 인력과 지원을 해줘야 한다.
홍기화= 업계에 설문조사를 하면 72%가 FTA 활용이 어렵다고 한다. 그 이유는 섬유 60%, 가전제품 30%대 등의 원산지 기준을 지켜야 하는데 부품을 많이 쓰다보니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 수출하면서 역량을 키워나가고 FTA 활용을 높일 수 있도록 중기청, 도, 정부기관이 관세청과 집중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김병근= 원산지 증명을 발급해서 제출하는 게 쉽지가 않은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단 시작하고 유관기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중기청은 물론 도내에도 경기FTA활용지원세터, 한국무역협회 경기지사, 관세청에 국제원산지정보기관 등 4개 기관이 있으므로 어느 기관에 도움을 청해도 된다.
전원수= 원산지 문제는 농업부문의 경우 가공품에 많다. aT도 이 부분과 관련해 수출 100억 달러를 넘기 위해 교육하고 있다. 농업부분 애로사항은 aT가 도와드릴 수 있다.
-인프라가 갖춰졌음에도 업체의 FTA 체감도 등 현장 분위기는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
김병근= 우선 수출품의 품목번호를 제일 먼저 확인하고 관세혜택을 받기 위해 어떤 게 필요한지 확인해야 한다. 수출 과정을 알고 준비해야 한다.
홍기화= 원산지 충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하고 중소기업 대표는 HS 코드(품목분류번호)부터 원산지 증명을 받는 방법과 절차를 알아야 하며 해외 파트너와도 충분히 조율해야 한다. FTA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수혜를 입으려면 이 부분에 대해 충분한 노력을 해야한다. 이와 동시에 해외마케팅 노력도 회사별, 품목별로 이뤄져야한다. 도차원에서 이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전원수= 한중 FTA 논의가 되는데 중국은 우리와 농업구조도 비슷하고 인구도 많다보니 타결 시 채소쪽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일반 공산품 쪽에서도 FTA 반대 입장 등에 대해서는 농업부분에 대해서 이해해줘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쌀을 자급자족했기 때문에 IMF 당시 식량에 대한 타격이 적었다고 본다. 중국과의 FTA로 관세를 철폐하더라도 양은 제한해야 한다.
-화제를 돌려서 중소기업에서는 지원이 많은 만큼 규제도 많다고 얘기한다. 규제와 규제 쇄신이 다같이 가야하는데.
김병근= 현장방문 시 수도권 규제 얘기를 많이 한다. 입지 관련 규제가 많은데 이는 경기도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홍기화= 공장 증설, 도로확장, 하수처리 등 모든 분야에 규제가 많다. 이는 수도권 규제와 맞물리는데 이제는 규제완화가 절대적으로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이다.
장준호= 규제를 처음 만들때는 합리적이지만 경제와 경영환경에 따라 공직자가 이를 바꾸기 굉장히 어렵게 돼있다. 규제입안 과정에서 현실적인 안을 낼 수 있는 피규제자를 10~20% 비율로라도 포함시켜야 한다. 판교테크노밸리는 대기업 뿐 아니라 30~300명 규모의 많은 중소기업이 있다. 이런 기업의 고용능력을 키우려면 법이 아닌 현장규제 정도만 고쳐도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홍기화= 30% 수준인 중소기업 수출업체가 늘어나고 또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 독일, 일본과 비교할 때 혁신적인 노력은 있는데 체계는 안 잡혀있다. 히든챔피언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 해야한다. 기관별로 도와주는 게 중요한 시대는 지났고, 어느정도는 공동으로 협력해 ‘선택과 집중’ 방식을 택해야 한다.
김병근= 홍 대표 말대로 지금까지 각종 지원이 기관별 사업베이스로 이뤄졌다. 이제 기업베이스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어떤 기업을 진단해 당사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필요한 것을 패키지로 지원하자는 거다. 금년에 중기청이 시범적으로 사업하고 있는데 성과가 좋다.
Q.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이 현저히 적다. 수출구조를 재편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김병근= 수출에 대한 중소기업 능력이 저마다 다르다. 수출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회사가 있고 500만 달러를 못 넘어선, 또 넘어선 회사도 있는데 전반적으로 수출규모를 늘려야 한다. 현장에 가보면 바이어에게 전화가 와도 영어를 하는 사람이 없어 수출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무역협회, 중기청 등에 연락했으면 한다. 수출액 100만달러 이하 수출기업이 80% 정도인데 이런 기업들의 수출 노하우를 좀 더 확충해야 한다. 500만달러 이하 기업은 브랜드를 키우고 500만달러 초과 기업은 R&D를 통해 제품과 아이템을 강화해야 한다. 회사마다 처한 상황을 잘 판단해 전체적으로 한 단계 더 나갔으면 좋겠다. 그러면 중소기업 수출 비중이 늘 거라 본다.
Q. 지원하는 입장에서 일이 많을 텐데, 앞으로 수출을 재편한다거나 진흥하려면 어떤 점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고 보는지.
홍기화= 경기도 제조업체가 3만6천개다. 2만7천여개가 수출기업인데 연간 수출액 100만달러 미만이 84% 정도다. 그 위로 500만달러, 1천만달러 이상은 1천개 정도다. 도는 제한된 예산으로 수출에 대한 마케팅 지원을 하는 만큼 기업생태계에 맞는 단계별, 맞춤형 수출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요새는 온라인 마케팅이 많으므로 그런 분야에서 홍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수출 중견기업은 업종에 맞는 전문전시회에 나가게 하는 등 각 기업의 수출규모에 맞는 마케팅사업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Q. IT 분야 수출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는?
장준호= 한 가지만 꼽자면 인력이다. 소프트분야는 인력 공급에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교의 커리큘럼을 바꾸는 등 대학과 산업체가 연동하는 길을 인력공급 차원에서 열어줘야 한다.
또 한가지는 처우개선이다. 중소기업의 소프트웨어 하도급업체에서는 30대 중반이 돼도 삼성전자 신입사원보다 연봉이 적다. IT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봉급이 적정해야 하고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기술이라는 걸 알고 지원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사회적인 처우를 정부부터 나서서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IT 서비스분야는 국내 내수로 보나 수출산업으로 보면 성장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
Q. 농수산식품 관련 수출을 늘리고 안정적인 기반을 닦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뭔가.
전원수= 일반 공산품과 달리 농수산식품은 수출이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늘어나긴 어렵다. 이제까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가 세계 기업으로 우뚝 솟은 만큼 농산식품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기업이 생겨야 한다고 본다. 그러려면 장기적으로 건실한 기업이 필요하다. 제일 중요한 건 R&D다. 가공식품 분야는 그 규모가 상당히 커질 수 있다. 인삼만 하더라도 인삼가공업을 하면 굉장히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다. 인삼 자체만으로는 할 수 없고 인삼사탕이라든지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해 세계인의 기호식품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학계가 뒷받침함으로써 여러 기업이 모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리=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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