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돋보기]콘텐츠, 제2의 자로(字路) 소통시대 열다

현존하는 금속활자본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은 1377년 우리나라의 청주 흥덕사에서 인쇄한 ‘직지’이다. 독일이 자랑하는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무려 70년 이상 앞선 것이다.

우리가 인쇄기술의 프론티어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량생산과 대량보급, 그리고 종교개혁과 같이 사회적인 영향력을 실현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쇄술은 주로 왕실과 지배계층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한 기술(technology)이었을 뿐, 대중들을 위한 문화(culture)는 아니었다. 아쉬움은 또 있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로 제작한 성서 초판본 중 30여권을 종이가 아닌 양피지로 찍었는데 성서 한 권을 만드는데 양 300마리가 필요했다고 한다.

인쇄를 찍어 내는 종이기술은 열악했던 셈이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직지’를 인쇄할 때 양피가 아닌 한지에 찍어 냈다. 파피루스나 양피지가 아닌 한지가 발달했다는 것은 지식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그 수요 또한 특권층 소수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송된 한글의 창제과정을 다룬 TV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세종 이도는 “한글은 언로(言路)가 아닌 자로(字路)이다. 백성들에게 글로서 소통하게 하고자 한다” 라고 주장하였으나, 반대세력은 “글자는 권력이다. 모든 사람들이 글을 쓴다는 것은 사대부가 망하는 것이고, 성리학으로 지배되는 조선이 무너지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우리나라는 독창적인 사상이나 기술은 매우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남보다 빨리 적용하는 사회적 제도나 조직은 형성되지 못해 기술에 의한 사회변동 속도가 느렸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변했다. 디지털 세상의 변화에 가장 빨리 적응하면서 디지털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민족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솜씨, 글로벌 마인드와 문화적 감수성, 네트워킹 파워 등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스마트폰 보급 대수가 무려 3천만대가 넘었다. 하루에 스마트폰을 통해 오고가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무려 30억 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세종대왕이 그리도 추구했던 ‘제2의 자로(字路) 소통시대’가 활짝 열렸다.

K-POP의 매력은 무엇인가? 스토리와 음악 그리고 춤이 있는 짧은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컨버전스 가치를 만들어 냈고, 유튜브 등 다양한 디지털 방식을 활용하여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산업은 죽순과도 같다. 처음에는 잘 자라지 않다가 단비가 내리면 쑥쑥 자란다.

국가와 지자체의 많은 노력으로 콘텐츠산업 종사자 수가 56만 명으로 성장하였다. 경기도는 국내 콘텐츠 매출의 20%를 점유하고 있는 문화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였다. 콘텐츠 분야는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취업분야 중 하나이며, 10억 원을 투여했을 때 고용유발계수가 제조업의 7.9명에 비해 월등한 12.1명을 나타내고 있어 콘텐츠 분야는 일자리 창출의 보고로 일컬어지고 있다.

따라서 콘텐츠 산업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투자는 우리의 미래 성장 동력을 공고히 다져가는 데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성열홍 경기콘텐츠진흥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