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8월 여름, 그리고 다시 시작된 2012년 6월 여름. 좁은 선로 위를 뒤뚱거리던 꼬마기차 수인선이 최신형 전동열차로 다시 태어났다. 송도에서 오이도 구간을 시작으로 복선전철로 새롭게 개통된 수인선.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넘어 미래로, 다시 세상을 가로지른다.
‘희로애락’의 역사 간직한 철로
반세기 이상 우리네 삶의 눈물과 웃음을 실어 나르던 수인선이 다시 세상을 달린다. 경부선 수원역에서 분기해 서쪽 강화만 연안의 소래, 남동, 군자 등을 거쳐 인천 송도에 이르던 협궤철도. 칙칙폭폭 흔들흔들 덜컹덜컹…. 철로 폭은 76.2㎝로 일반 철로의 절반 밖에 되지 않고 그 위를 달리는 객차도 승객들의 숨결이 닿을 만큼 좁았다. 열차가 심하게 흔들릴 때면 마주보는 사람과 무릎이 닿기도 했다.
덩치가 적다보니 힘이 달려 고개를 오를 때 손님이 내려서 걷거나 열차를 밀어야 했던 일은, 이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추억이 됐다.
수인선 협궤열차는 1935년 일제가 착공해 1937년 8월 6일 운행을 시작했다. 당시 일제는 철도망을 확충해 한반도를 침략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았고, 그 가운데 하나가 수인선이었다.
이 철도는 경기 서부에서 나는 곡물과 소금을 인천항으로 실어 일본으로 보내는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단 하나뿐인 이 협궤열차는 일제가 물러난 후에도 반세기 넘도록 인천과 경기도를 잇는 서민들의 발 노릇을 했다.
보따리를 바리바리 싼 촌로와 달큰한 냄새를 풍기는 취객, 까만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엉켜 인생의 철로 위를 달렸다.
느림보 꼬마기차의 기억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수인선은 60년대 이후 국도가 생기고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1973년 7월 인천역과 송도 구간이 끊겼고, 1994년 9월 송도에서 한양대 안산캠퍼스를 잇는 구간이 폐쇄됐다. 이어 1995년 12월 한대앞에서 수원 구간이 끊기면서, 수인선은 운행한 지 58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새 수인선 타고 송도에서 오이도까지
수인선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지난 6월 30일 복선전철사업 가운데 송도에서 오이도 13.1km 구간을 우선 개통하면서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개통 전 시운전 현장, 송도를 출발한 열차가 물 찬 제비처럼 내처 달린다. 덜컹덜컹 좁은 철도를 달리던 꼬마기차가 최신형 전동차가 되어 쭉쭉 뻗은 선로 위를 달린다. 개통한 구간은 송도, 연수, 원인재, 남동인더스파크, 호구포, 인천논현, 소래포구, 월곶, 오이도다.
철길 따라 윈인재에서 남동인더스파크로 가는 길, 창밖으로 승기천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회색빛 풍경을 지우고 두 눈 가득 마음 가득 푸르름을 채워본다.
이어 호구포에서 소래포구로 향하는 사이 논현신도시가 시야에 들어온다. 잘 가꿔진 아파트단지와 그 사이 보이는 오봉산과 공원을 내려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래포구로 가는 길에 펼쳐지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햇살이 비추어 이드르르한 갯벌과 그 사이 몸을 뉘고 잠을 청하는 배, 한가로이 하늘을 나는 갈매기가 어우러져 그림을 완성한다.
70분에서 22분으로 단축 ‘격세지감’
수인선 복선전철은 총 52.8㎞로 이 가운데 전철 안산선 오이도에서 한대역 12.6㎞ 구간은 이미 운행 중이고, 인천에서 송도 7.2㎞ 구간은 오는 2014년에, 한대앞에서 수원역 19.9㎞ 구간은 오는 2015년 말에 각각 개통한다. 수인선 복선전철이 완전 개통하면 인천에서 수원까지 64분이 걸린다.
우선 개통한 수인선 열차는 110㎞ 속도로, 출퇴근시간대에는 10분, 평상시간대에는 15분 간격으로 하루 평균 160회 운행한다. 수인선을 타고 안산이나 과천 방면으로 가려면 오이도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하고, 인천 방면으로 가려면 원인재역에서 인천지하철 1호선으로 환승하면 된다. 이로써 송도에서 오이도까지 버스로 70분 가량 걸렸던 시간이 22분으로 줄어, 남동구와 연수구 주민의 교통편의가 크게 향상됐다.
시운전 현장에서 만난 안산승무사무소의 박창규 기관사는 “수인선 협궤열차가 사라진 후 수도권 광역전철사업의 일환으로 송도에서 오이도 구간 수인선을 우선 개통했다. 철도 기관사로서 자부심이 크다”며 수인선 우선 개통에 의미를 부여했다.
옛 수인선이 모습을 감춘 지 17년이 흐른 지금, 아낙들이 곡식과 생선을 펴고 흥정을 벌이던 송도역 앞에는 6차선 도로가 뚫렸다.
그리고 느릿느릿 움직이던 꼬마기차는 날렵하게 달리는 최신형 전동열차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칙칙폭폭 흔들흔들 덜컹덜컹, 인생의 철로 위를 지나던 그 옛날 수인선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을 달리고 있다.
글 _ 정경숙 굿모닝인천 편집위원 사진 _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