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인생’으로 2010년대 대표작가로 인정받은 김애란이 돌아왔다.
세번째 소설집 ‘비행운’(문학과 지성사 刊)은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연쇄적 불운(非幸運)에 발목 잡힌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불행하기만 하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취업을 했어도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인, ‘이전에도 채무자 지금도 채무자 좀더 나쁜 채무자’기 된 처지의 사람들, 한 번도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한 삼십대 후반의 택시기사와 화장실과 동격으로 취급받는 화장실 청소부. 그리고 주인공의 꿈 속에서 등장하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박스를 줍고 계신 할머니까지 주변에서 하루 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내 친구, 내 부모, 내 이야기가 리얼하게 그려있다.
특히 첫 사랑 때문에 발 들인 다단계 집단에서 학원 제자를 끌어들이는 주인공 등 작가는 끊임없이 점점 상황이 나빠지기만 하는 존재상을 극적으로 서사화하면서 비극적인 것에 몰입하고 있다.
이러한 비극에의 몰입은 무엇보다 진정한 소통이 어려운 우리 시대의 우울과 소외를 자기스타일로 혁파하면서, 가장 감동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이야기로 진정한 소통의 자장을 넓고 깊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애란은 잊지 않고 그렇게 행복을 기다리느라 지겨웠던, 비행운과 맞씨름을 하느라 힘들었을 친구들에게 행운을 빌어준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나의 고통을 이해해줄 듯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친구’같은 작가 김애란의 미덕이 발휘하는 대목이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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