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유통, 하나로 클럽 등 매장서 ‘수입농산물’ 판매 희망 시사
수입 과일 홍수 속에 농협이 바나나 등 수입농산물 판매를 희망하고 나서 도내 과수 농민과 농민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농협유통 강홍구 대표는 3일 “바나나를 주식으로 삼는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 출신 신부들이 농촌에 많다. 이들이 지역 농협 매장에서 바나나를 판매하기를 원하고 레몬 판매를 원하는 지역 식당도 적지 않다”며 “바나나 등 일부 수입농산물을 판매해 상품 구색을 갖추면 고객이 늘어 국산 농산물의 매출도 덩달아 늘어나 농민 조합원의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농림수산식품부도 하나로클럽 등 농협 매장에서 바나나와 같은 수입농산물 판매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도내 과수 농민과 농민단체 등은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FTA체결로 외국 농산물이 홍수처럼 들어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농민들을 보호해야 할 농협이 수입산 과일을 판매할 경우 농가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미 FTA 발효일인 3월15일 이후 5월까지 수입된 미국산 오렌지는 10만5천516t으로 2009~2011년 동기간 평균 수입량 6만9천176t보다 53% 증가했으며 레몬의 경우 2천578t 수입되면서 최근 3개년 같은 기간 평균 1천147t보다 125% 증가했다. 또 미국산 자몽은 52%, 포도는 35%가 더 수입됐다.
이는 한미 FTA 발효 후 관세가 50%에서 30%로 내려간 데다 올해 2천500t에 대한 무관세쿼터가 설정됐기 때문으로 수입량 증가에 따라 대형마트마다 미국산 과일 판촉전을 벌이면서 수입 과일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미국산 과일이 인기를 끌면서 참외, 토마토 등 국내산 제철 농산물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양에서 1만7천여㎡ 규모의 토마토 농장을 재배하는 A씨는 “수입 과일 공급량이 늘면서 토마토가 팔리지 않으면서 가격이 거의 바닥을 쳤다”며 “지난해 kg 당 1천500원 이상 나가던 토마토 도매가가 현재 천원을 겨우 웃도는 수준인데도 매출은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농민단체는 농협의 수입과일 판매 희망 등과 관련 국내 과수농가를 위협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한국농업경영인 경기도연합회 관계자는 “소비자의 선택권 만큼이나 농민들의 생존권도 중요한 사항”이라며 “합당한 대책과 정책을 꾸준히 건의하는 한편, 농협의 수입농산물 판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대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호·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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