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소설로서는 베스트셀러로 입지를 굳혀온 구병모 작가가 세 번째 청소년소설 ‘피그말리온 아이들’(창비 刊)을 들고 독자들 곁으로 왔다.
책 제목 ‘피그말리온 아이들’은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하여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 피그말리온 효과에서 따온 것으로, 이를 주창한 사회심리학자의 이름을 따 ‘로젠탈 효과’라고도 한다.
소설은 청소년소설에서 청소년이 아닌 어른의 시선, 그것도 냉철한 다큐멘터리 PD ‘마’의 입장에서 특수학교 문제를 파헤친다.
태생이 불우한 아이들을 데려다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길러낸다는 로젠탈 스쿨 설립 취지와 달리, ‘마’의 취재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학교의 실체는 수상하기 짝이 없다. 학생들의 자율 활동과 인터넷 사용을 극도로 제한하는가 하면 정체불명의 알약을 단체로 복용시키기도 한다.
졸업생들의 행적도 묘연한데, 그나마 간신히 연락이 닿은 이들은 게임이나 도박 등에 중독 증세를 보인다. 그중 한 명의 입을 통해 로젠탈 스쿨이 교육을 빙자해 앵벌이 키우기에 가까운 짓을 벌여왔다는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진다. 작품은 학생을 위하고 사회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아이들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는 로젠탈 스쿨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교육 현실에 대한 우화를 그리고 있다.
소설은 첫 장부터 강렬한 사건으로 시작해 독자로 하여금 숨죽이며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전과 추리 기법을 도입한 이번 작품은 미스터리, 판타지, 호러를 절묘하게 조화시켰던 데뷔작만큼이나 인상적이다.
2009년 ‘위저드 베이커리’는 출간 이래 장편 ‘아가미’, 소설집 ‘고의는 아니지만’ 등을 통해 작품세계의 외연을 넓혀온 작가의 이번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떠받드는 ‘긍정의 힘’이라는 환상을 정면에서 깨부수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긍정의 힘’이 기성세대에 의해 일방적으로 전달될 때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9천500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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