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나들이]누쿠이 도쿠로 장편소설 ‘후회와 진실의 빛’

‘통곡’과 ‘우행록’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 내면의 어두운 본성을 더욱 세밀하게 묘파해 ‘사회파 미스터리 대표작가’로서 입지를 굳힌 누쿠이 도쿠로의 신작 장편 ‘후회와 진실의 빛’(비채 刊)이 번역·출간됐다.

이 작품은 야마모토슈고로상 수상작으로 누쿠이 도쿠로 소설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역작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인 야마모토 슈고로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이 상은 문학성과 대중성을 공히 갖춘 작품에 수여하는 일본 주요 문학상 중 하나다.

이야기는 도쿄의 한적한 주택가에서 2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며 시작된다. 잇따라 발생하는 의문의 살인사건. 범인에 대한 단서는 오직 피해자의 검지를 가져간다는 것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사는 난항에 빠지고, 범인은 세상을 비웃듯 다음 살인을 예고하며 도발을 멈추지 않는다. 단서를 전혀 남기지 않는 연쇄살인마, 일명 ‘손가락 수집가’와 뛰어난 추리력으로 진범의 족적을 뒤쫓는 형사 사이조. 그러나 인생의 전부를 걸었던 경찰직에서 해고되고 사랑하는 연인까지 잃으면서 사이조는 선과 악의 갈림길에 놓인다.

도덕적 결함, 열등감, 비열함, 배신 등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결함’을 한 가지씩 가지고 있다. 타인에게는 결코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은 속내를 감춘 채 죄와 벌, 범죄와 정의로 대변되는 두 주인공이 상대를 심리를 읽어내며 다음 동선을 실행하는 순간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다.

저자는 인간의 이기심과 자만 앞에서 결국 하나로 뒤섞일 수밖에 없는 선과 악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모순된 인생을 사는 등장인물들의 엇갈리는 배치와 섬세하게 그려진 심리는 언제나 독자를 놀라게 한다. 값 1만4천원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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