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돋보기] 스토리 자원전쟁의 시대

‘서유기’, ‘삼국지’, ‘신드바드’,‘슈퍼맨’,‘토토로’,‘신데렐라’,‘해리포터’… .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원작(原作)’이라는 것이다. 3세기 무렵 쓰인 진수(陳壽)의 역사서 ‘삼국지’는 14세기 나관중(羅貫中)에 의해 역사소설로 재탄생한 후 현재까지도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에너지나 광물에만 자원전쟁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스토리 산업의 금맥인 원작이나 문화원형을 찾은 ‘스토리 마이닝(story mining)'에서도 치열한 자원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할리우드의 스토리텔러들은 모든 인류가 감동·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를 싼값에 발굴하여 커다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재능으로 정평이 나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 ‘알라딘’, ‘포카혼타스’는 각각 중국, 아라비아, 인디언의 정서와 문화에 바탕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쿵푸 팬더’ 또한 중국 특유의 무술 수련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두었다.

문화원형은 스토리 산업의 원석이다. 이 원형이 버무려져 다양한 스토리가 탄생된다. 스토리 산업은 평범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상상력과 스토리를 집어넣어서 훨씬 재미있고, 훌륭한 서비스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과거 애플 컴퓨터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는 스토리 회사인 픽사(Pixar)를 세워 ‘토이 스토리’를 성공시키며, 다시 애플 컴퓨터에 복귀하였다. 그 후 그는 회사 이름에서 컴퓨터라는 글자를 떼어내고 기술과 감성을 결합한 회사 ‘애플’로 변화시킴으로써 초일류 기업으로 올려놓는다.

세계인들이 공감하고 있는 우리의 원작은 무엇이 있을까? 딱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원작이 없지만, 국내에서도 최근 우리 역사와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콘텐츠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크게 성공하면서 새로운 문화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영화 ‘왕의 남자’, ‘혈의 누’ 이후 TV드라마 ‘대장금’, ‘궁’, ‘뿌리깊은 나무’ 등 우리 문화원형과 스토리텔링을 조화한 작품들이 대중들에게 사랑받으며 시대극 열풍을 불러오기도 했다.

아직은 초보적 단계이지만 지자체에서도 문화원형을 탐구 발굴하여 문화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탐라문화연구소는 제주 신화에서 ‘돼지 한 마리를 모두 먹었다’는 식신(食神) ‘궤네깃또’를 캐릭터로 재탄생시켰다. ‘궤네깃또’가 제주의 전통음식을 먹고 힘을 내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으로, 제주의 음식문화와 신화를 연결하는 스토리를 개발해 영상화 사업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마치 시금치를 먹고 힘을 내 악당을 물리치는 뽀빠이와 같다고 할까?

문화원형의 발굴과 창작 콘텐츠화는 장기적 투자와 전략이 수반되는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다. 경기콘텐츠진흥원과 경기문화재단이 공동으로, 경기도에 산재한 문화원형의 금맥을 찾아 이야기 산업의 소재를 발굴하고 이를 창작화하는 것을 지원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화원형은 우리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현대적 감각에 맞춰, 또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로 가공할 수 있는 무한한 보고이기 때문이다.

성열홍 경기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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