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막히니 수출기업들 숨막히네

유럽연합, 對이란 제재…‘원화결제시스템’ 불똥

중기중앙회, 기업 대부분 자구책없어 피해 확산 예상

이란의 자동차회사에 제동기 등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김포소재 E사는 올해 예상매출 100억원 중 70억원이 증발될 위기에 처했다.

올 들어 성사한 100억원의 수출계약으로 30억원을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한 납품을 진행하고 있지만, 유럽연합의 이란제재 조치로 인한 여파로 7월부터 수출대금 회수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업체 대표 L씨는 “지난 한 해 매출이 50억원인데 그 이상을 하루아침에 잃게 생겼다”며 “이 상태로 가다간 회사 직원 70명에 하청업체 10곳의 직원까지 수백 명이 졸지에 일자리를 잃을 지경”이라고 한숨 쉬었다.

이란에 전자부품을 수출하는 안양소재 S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란의 전자업체와 다음 달 맺기로 한 200만달러어치의 계약이 무산될 형편이다.

대표 Y씨는 “이란 제품설명회 차 내일 출장을 가야 하는데 갑작스런 소식에 막막할 따름”이라며 “결제길이 막히면 당장의 피해뿐 아니라 업체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럽연합의 대이란 제재 여파로 국내 이란 수출 중소기업들이 갑작스레 문 닫을 위기에 처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이 다음 달 1일부터 대이란 제재에 따라 원유수입 관련 보험·재보험을 중단키로 하면서 원유 수송 시 유럽계 보험사에 100% 의존하고 있는 국내 이란산 원유수입이 중단돼 이와 연계된 원화결제시스템의 운영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원화결제시스템은 이란 원유 수입대금을 국내은행 계좌에 넣었다가 수출기업의 수출대금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이란 원유수입이 중단되면 무역대금이 없어 수출 중소기업은 대금회수가 불가능해진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89개 대이란 수출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원화결제시스템 중단 가능성에 따른 영향 조사’에 따르면 원화결제시스템 중단 시 별다른 대책이 없는 곳이 44.3%, 수출 자체를 중단할 예정인 곳이 17%로 나타났다.

현재 정부가 파악하는 대이란 수출중소기업은 2천700여개로 업체마다 하청업체가 10여곳에 이르면서 피해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원화결제시스템 운영이 중단될 경우 중소기업의 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일선 중소기업의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정부는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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