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게 키운 과일, 더 귀한 과수농가 인력

가장 손이 필요한 시기… 높은 인건비에도 일하려는 사람없어 작업 지연

수확철을 앞둔 과수농가가 일손부족으로 시름하고 있다.

열매솎기, 봉지 씌우기 등 수작업이 한창 진행돼야 할 때지만 인력을 구하기 어려우면서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14일 경기지역 과수농가 등에 따르면 배, 포도, 복숭아 등 계절과일이 8월부터 수확되고 이에 앞서 6월 말부터 장마가 시작됨에 따라 이달 중 열매솎기와 봉지 씌우기 작업을 마쳐야 정상적으로 과실을 수확할 수 있다.

그러나 과수원에서 수십 명의 인력을 한꺼번에 필요로 하는데 비해 공급되는 인력이 한계가 있는데다 인부들이 보통 10개 안팎의 과수원을 맡으면서 농가마다 인력난을 겪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남자 7만~8만원, 여자 4만~5만원 선이었던 일당이 올 들어 5천~1만원 더 올랐고 일꾼들이 일당보다 하루 1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성과급을 선호하면서 과수농가의 한숨이 짙어지는 상황이다.

평택에서 배 농사를 짓는 H씨(55)는 인력을 구하지 못하면서 이번 주 초 시작하려던 봉지 씌우기를 다음 주로 미뤘다.

1만6천500여㎡ 부지에 배를 재배하면서 30명이 봉지 씌우기를 해도 이틀이 소요되지만 30명은커녕 10명의 인력도 구하지 못했다. 봉지 씌우기의 경우 성과급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한 장에 50원씩으로 치면서 한 사람 일당이 보통 12만~13만원에 달하지만 높은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인력 구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H씨는 결국 동네주민 5명에게 부탁해 다음 주부터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H씨는 “인력을 구하기 어려울 것 같아 일 년 전 미리 예약한데다 인력 담당자에게 밥도 대접하고 선물까지 챙겼는데도 소용이 없다”며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다음 주 내내 동네 사람들과 작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성에서 포도 농가를 운영하는 K씨(58)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400주에 달하는 나무의 열매를 솎아낼 사람이 K씨 내외밖에 없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일 오전 5시께 일을 시작해 해가 지고 나서야 끝내고 있지만 아직 절반도 채 마치지 못했다.

K씨는 “다음 달부터는 봉지 씌우기를 해야 하는 데 포도는 다른 과일에 비해 작업이 까다로워 아예 하려는 사람이 없다”며 “제때 작업을 마치지 못하면 모양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과실도 작아지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한숨 쉬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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