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과일, 올해는 찾기 힘들듯

과수농가, 봄철 저온현상·우박·가뭄 등 피해 잇따라…국산 과일 생산량↓‘비상’

여주에서 사과 농장을 운영하는 L씨(53)는 수확시기가 오기도 전에 이상기온으로 농사를 망쳤다고 한탄했다.

L씨가 보유한 7천500주의 사과나무 중 4천주 정도가 우박피해를 입은데다 비가 통 오지 않으면서 사과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관수시설을 설치한 곳은 피해가 덜했지만 나머지는 수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사과 크기가 정상치의 3분의2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또 지난달 말 몰아친 우박으로 사과 표면이 손상돼 영양제, 살균제 비용으로만 200만원을 들였다.

L씨는 “우박 피해를 입은 사과는 수확해봤자 정품의 절반가도 못미친다”며 “가뭄까지 이어져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한숨쉬었다.

안성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K씨(48·여)도 올해 작황이 좋지 않을것으로 보고 있다. K씨는 “가뭄이 길어지면서 주먹만큼 커야할 복숭아가 계란 크기도 안된다”며 “과일질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봄철 저온현상과 우박, 가뭄 등 이상기온 탓에 올해 사과, 배 등 우리 과일의 생산량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사과의 경우 6월 이후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73%, 평년보다 58%나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배의 경우는 6월 이후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24%, 평년보다 47% 적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과 전남 등의 일부 과수원에서는 개화가 지난해보다 늦어진데다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착과가 다소 불량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지난달 안성 등 경기지역 189㏊를 비롯해 전국에서 총 786㏊의 우박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고온건조한 날씨로 병해충이 늘어 지난달 말 현재 전국 흑성병 발생률이 11.1%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4%p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배나무에 흑성병이 발생하면 과일 표면에 흑색 얼룩무늬가 생기면서 상품성을 잃게 된다.

배나무 적성병 발생률도 5%로 지난해보다 3%p 높아졌으며 꼬마배나무이, 진딧물 등 해충발생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대표적인 국산 과일의 생산이 줄어들면서 수입산 과일이 식탁을 점령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농경연 관계자는 “최근 바나나, 파인애플, 키위, 체리 등의 수입량이 크게 늘고 있다”며 “자연히 값싼 수입과일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구예리·성보경 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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