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나들이]심상대 중편소설 ‘단추’

‘글판의 한량’으로 불리는 심상대가 10년만에 중편 ‘단추’(휴먼&북스 刊)를 들고 돌아왔다.

2001년 단편소설 ‘미(美)’로 제46회 현대문학상을 받은 저자의 이번 중편은 올해 제6회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게만 보이는 세상 속에서 비정규직 시간강사나 대형 매장의 창고 노무자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현대인의 불안과 절망감을 고발하고 삶과 존재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다.

24세 민우와 홍련 그리고 41세 기섭을 주인공으로, 작가는 2011년의 청춘들에 쓴소리를 던진다. 설익은 위로나 공감이 아닌, 산전수전 겪은 50대의 고언이다. 희망도 구원도 없는 세대라고 청춘을 자조하지만, 그럴수록 해방의 여지가 크다는 것. 그리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부자가 아니라 가난한 자의 도덕심이라는 문학적 설교다.

세상의 주인공은 결국 소수의 부자가 아니라 다수의 당신들이기 때문이다. 반야심경과 화엄경의 흔적이 묻어 있는 ‘단추’는 “스스로가 바뀌지 않으면 결국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진리를 윽박지르지 않고 담담하게 설득한다.

 

책에는 작가 특유의 심미적 세계관과 여러 층위를 다채롭게 넘나드는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세계가 잘 드러난다.

이밖에도 수상작 선정 이유서, 심사평, 수상소감, 이소라 시인의 수상자 인터뷰를 곁들였다.

심상대 작가는 서울예대 문창과를 중퇴하고 1990년 ‘묵호를 아는가’로 등단한 뒤 소설집 ‘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 ‘명옥헌’, ‘떨림’ 등을 펴냈다.

심 작가는 스스로 궁핍에 시달리면서도 2001년 받았던 현대문학상 상금 전액에 이미 원천징수됐던 세금 45만원까지 합쳐 입양아 단체에 고스란히 기부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값 1만원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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