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운영했던 ‘춘천옥’ 배경, 생생한 캐릭터 묘사
테이블 4개에 종업원 1명으로 출발한 작은 막국수집이 2년만에 테이블이 100개로 늘고, 40여명의 직원을 두게 된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한국 요식업계의 신화가 된 ‘춘천옥’을 직접 운영했던 김용만 작가가 자신의 인생스토리를 소설로 엮은 책 ‘능수엄마’(자나문학사 刊)가 개정판으로 독자들 곁을 다시 찾아왔다.
지난 2009년 초판이 나온 소설은 인기를 이어가면서 2011년 11월과 12월 각각 KBS 제3라디오, KBS 한민족방송에서 일일연속극으로 방송되는 한편 그해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작가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담은 이 소설은 1980년 한 작고 초라한 막국수집에서 시작한다.
노름방을 드나들던 한 젊은 주부 능수엄마가 손님을 응대하는 홀 팀장으로 채용된다. 우리시대에 흔히 존재할법한 한 여성의 사실적이면서도 인간적 체취를 전달하는 능수엄마가 춘천옥을 흥미진진하고 박진간 넘치는 음식점으로 이끌어나간다.
여기에 작가 자신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은 주인공 ‘기용’이 슬픔이 어떻게 성공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 집안형편상 상급학교 진학을 하지 못한 기용은 가출해 부산과 서울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공군에 입대한다. 제대후 라디오 외판원 등 돈을 벌기 위해 닥치는대로 일을 하던 기용은 좌절감에 빠져 자살을 하려고 부산 태종대를 찾는다.
죽지 못하고 돌아오던 길 순경 채용 소식을 접하고 경찰, 광택 회사 등 다양한 직장 생활을 한다. 결국 보쌈과 막국수를 파는 춘천옥을 개업하게 되고 요식업계의 정상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한 기용은 춘천옥을 떠나 전업작가의 길을 선택한다.
소설은 작품 속 캐릭터들의 생생함이 가장 큰 볼거리고 꼽힌다.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것 같은 신들린 종업원과 금방 시장거리에서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주인공 등 인물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소설적 설정으로 독자들에게 기회주의가 아닌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깨닫게 한다.
소설의 스토리는 곧 작가의 삶과 맞닿아 있다.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김용만은 가출 이후 부산중, 용산고를 졸업하고 숱한 직업을 전전하다 소설 속 춘천옥을 운영했다. 글을 쓰고싶다는 오랜 소망을 놓지 못했던 그는 춘천옥을 내려놓은 뒤 1989년 현대문학에 단편 ‘은장도’를 발표하면서 등단, 첫 소설집 ‘늰 내 각시더’로 독특한 향토적 문체와 해학이 버무려진 작품세계로 주목받았다.
김 작가는 “어느 매스컴이 내 직업이 열가지도 넘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60년 동안 써온 일기를 보면 내 직업은 오직 소설가 하나뿐임을 부인할 수 없다”며 “문학소년 시절부터 계산하면 다른직업들은 내 기다란 문학인생과 일시적으로 겹쳤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작가가 내면에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끌어낸 ‘능수엄마’에 대해 김 작가는 “실컷 울어보는 게 소원이었지만 세상 어느 것도 나를 울리지 못했다. 성장기 가난, 비참한 노동, 늦깍이 작가, 그래서 타고난 재능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한(恨)이 최루제였지만 눈물이 솟구치게 하지는 못했다”며 “슬픔이 춘천옥을 키우는 에너지였는데 그 체험담을 이제서야 책으로 엮게 됐다”고 말했다. 값 1만3천원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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