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소백산에 올라

<금강산 시인대회 하러 가는 날, 고성북측 입국 심사대의 귀때기가 새파란 젊은 군관 동무가 서정춘 형을 세워놓고 물었다. “시인 말고 직업이 뭐여?” “놀고 있습니다.” “여보시오, 놀고 있다니 말이 됩네까? 목수도 하고 노동도 하면서 시를 써야지….” 키 작은 형이 심사대 밑에서 몇 번 바지를 추슬러 올리다가 슬그머니 그만두는 것을 바다가 옆에서 지켜보았다.>

파먹고 살 성취도 없는 삶. 이시영의 ‘시인이라는 직업’을 조미된 이념처럼 씹으며, 소백산 비로봉에 올랐다. 곧바로 운무가 중북이니 매카시즘이니 하는 뉴스처럼 모호한 백두대간 연화봉 등줄기를 치달렸다. 희방폭포 아래로 취할 듯 싱그러운 신록이 미끄러져 내리는 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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