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관심없던 작은학교에 ‘기적의 반란’

[우리가최고] 화성 서신中요트부

땀으로 일군 ‘기적의 항해’… 꿈은 월드 챔피언

전체 학급 수 5학급, 전교생이라고 해봐야 120여 명에 고작인 자그마한 시골학교 운동부에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정식 창단도 하지 않은 채 총 5명의 부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운동부에서 1949년 개교 역사 이래 최초로 ‘국가대표’를 배출하는 쾌거를 이뤄낸 것이다.

단지 이뿐만이 아니다.

3명의 선수도 청소년대표 선발 발표만을 앞두고 있으니 말 그대로 ‘기적’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만하다. 이 기적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바로 화성시 서신면에 자리 잡은 서신중학교(교장 최근희) 요트부원들이다.

지난 5일 서신중학교에서 요트부원들을 만났다.

오는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메달 획득을 목표로 대표팀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중학교 1학년 ‘국가대표’ 최원빈(옵티미스트급)부터 ‘청소년 국가대표’에 빛나는 윤희태와 홍민경(이상 옵티미스트급), 문지선(레이저 4.7급). 그리고 비록 대표팀에 발탁되지는 못했지만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신입생’ 전범주에 이르기까지 5명의 요트부원들은 그리 크지 않은 체구에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가진 평범한 중학생들이었다.

연일 고된 훈련으로 열악한 환경 극복 요트부원 5명 중 최원빈군 국가대표 발탁

윤희태·홍민경·문지선 청소년대표 확실시 학교·道요트협·지도자 열정 3박자 지원 큰 힘

그저 새까맣게 그을린 피부와 다부진 종아리만이 이들이 얼마나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가를 짐작하게 해 줄 뿐이었다. 5명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뒤 어떻게 훈련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봤다.

이들은 “평일에는 방과 후 운동장 30바퀴와 기마자세 30분, 3층 계단 오르내리기 왕복 10회를 통해 체력을 다지고요. 주말이 되면 평택호에서 헌화중 선수들과 함께 실전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부원이래 봐야 고작 5명에 불과한 시골 학교 요트부에서 어떻게 ‘한국 요트계의 미래를 이끌어갈 기대주’들이 발굴될 수 있었는가를 충분히 짐작게 해줄 만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기적’은 단순히 이들이 흘린 땀방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학교 측의 전폭적인 지원과 경기도요트협회의 적극적인 후원, 그리고 코치들의 헌신적인 지도가 없었다면 결코 이뤄낼 수 없었던 ‘기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서신중 요트부는 여전히 정식 운동부로 창단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서신초에서 요트를 시작한 아이들이 중학교에 와서도 그 명맥을 잇는 형태에 불과하다. 정식으로 창단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예산 문제 등이 여전히 발목을 붙잡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꿈을 짓밟을 수 없었던 학교 측과 협회, 코치 등이 함께 손을 맞잡으면서 ‘기적의 싹’은 돋아나기 시작했다. 학교와 협회는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대회 참가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서신초와 서신중 요트부를 맡고 있는 김한균 코치와 ‘평택호’에서의 합동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김상식 코치(현화중), 선수들의 체력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홍사광 교사 등 지도자들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정을 불태우며 아이들을 지도했다.

이러한 노력을 지켜본 서신중의 학교법인인 ‘서신육영학원’도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서신육영학원은 웬만하면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수천여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요트 2대를 구입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학교측은 예산문제로 출전이 어려웠던 일본요트협회 초청 요트대회(2012년 9월)에 아이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운영비 일체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처럼 학교 측과 협회, 지도자 등의 노력에 힘입어 국가대표와 청소년국가대표를 대거 발굴하는 쾌거를 이뤄낸 요트부지만 상황은 여전히 열악하기만 하다. 대회 때마다 승합차를 빌리러 다니는 수고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주말마다 김상식 코치 집에서 선수들의 숙식을 일부 해결한다고 하니 더 이상의 보충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다. 여기에 아이들의 장래를 뒷받침해줄 교육 체계 역시 문제다. 지역 내 요트부가 있는 고교가 없는 탓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아이들이 먼 지역으로 이동해야하는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희 교장은 “서신육영학원과 지도자, 협회의 적극적인 도움에 힘입어 63년 역사 최초로 국가대표를 발굴해낼 수 있어서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정식 운동부로서 활동하기조차 어려운 점이 많은 등 여건이 열악한 만큼 화성시와 교육청 등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간단한 인터뷰를 마치며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자 5명의 선수들은 일제히 ‘요트 월드 챔피언’이라고 주저없이 대답했다. ‘세계 최강’이라는 목표를 가슴에 품고 오늘도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선수들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학교 측, 지도자, 협회의 모습을 보며 더 큰 기적을 만들어나갈 서신중 요트부의 황금빛 미래가 그려지고 있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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