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에서 만난 사람) ‘시크’한 뻥튀기 아저씨, 장흥득씨

‘삐익-’호루라기의 요란한 신호에 장을 보던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막았다. ‘뻥’ 소리와 함께 뻥튀기가 한가득 쏟아져 나오면서 하얀 김이 훅 끼쳤다.

놀란 택시가 갑작스레 멈춰 섰지만 차 안의 외국인들은 이색적인 풍경이 신기한 듯 상기된 얼굴로 연방 두리번거렸다. 잠시 걸음을 멈춰 섰던 할아버지는 흩어진 뻥튀기 하나를 집어먹고는 태연히 지나갔다. 정작 ‘뻥튀기 아저씨’는 주위의 소동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덤덤한 듯 ‘시크’하게 뻥튀기를 망태기에 쓸어담았다.

뻥튀기 아저씨 장흥득씨(54)는 트럭에 뻥튀기 기계를 싣고 양평군 내 5일장을 두루 다닌다. 양평 5일장을 찾은 지는 어느덧 20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옥수수와 쌀알을 ‘뻥뻥’ 튀겨대면서 뻥튀기 기계도, 낟알을 담는 깡통도 까맣게 그을렸다. 옥수수가 그득한 깡통에 소다와 사카린을 눈대중으로 집어넣는 아저씨는 “하도 오래돼서 얼마나 넣어야 할지 손이 안다”고 말한다.

아저씨의 뻥튀기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그 사이 기계가 ‘끽끽’ 소리 내며 쉼 없이 돌아가는 데다 12분에 한 번씩, 말 그대로 ‘뻥’ 튀기기를 수십 년째 하면서 귀는 이미 반 이상 멀었다. 절로 말도 없어져 ‘뻥이요’ 구령 대신 호루라기를 불거나 ‘어이’하고 소리치는 게 다다. 뻥튀기를 정리해 파는 부인과 종일 있으면서도 하루 열 마디가 많을 정도다. 군것질거리가 늘어난 요즘은 장사도 예전만 못하는데, 뻥튀기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역시나 시크한 대답이 돌아온다.

“이제 이런 거 하는 사람도 없는데 나라도 계속 해야지, 별 수 있나”

표정도 말도 없는 아저씨지만 국내산 옥수수와 쌀, 보리로 만든 뻥튀기라 고소하고 맛있다는 자부심은 대단하다.

“한다, 한다”, 기대에 찬 주변 반응을 여전히 무시한 채 묵묵히 기계만 돌리는 아저씨. 언제가 가장 보람 있느냐는 질문에 눈만 끔벅이는 아저씨 뒤로 부인이 대답을 쏙 가로챈다. “그야 돈 많이 벌 때지, 뭐 그런 걸 물어본대요”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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