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농업 세계를 품다]⑨화성시포도수출협의회

"위기를 기회로… 엄격한 품질 관리로 세계인 입맛 사로잡아"

“FTA요? 우리에겐 위기가 아니라 화성포도를 전 세계 시장으로 내보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수출 10년째를 맞고 있는 화성시 송산면의 화성시포도수출협의회(회장 홍응유). 이 곳에서는 생산량의 55~60% 가량이 미국,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괌, 하와이 등 9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화성포도수출협의회의 결성은 역설적이게도 우리 포도농가에 가장 큰 위기가 불어닥쳤던 2003년이었다.

당시 한·칠레FTA가 체결되면서 당도 높고 값싼 칠레포도가 우리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었다.

홍응유 회장과 남윤현 사무국장은 바로 이 때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화성포도를 수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어 화성시농업기술센터에 포도 작목반장들이 모여 협의회를 결성했고 여기에는 화성 일대 100여 농가가 참여했다.

남윤현 사무국장은 “물론 처음에는 우리 스스로도 한켠에서는 무모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며 “우리나라는 과수 수출국도 아니고 우리 포도는 과피가 얇아 저장성이 떨어져 수출경쟁력 또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스스로 지자체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수출업체 담당자들과 함께 현지를 부지런히 방문했다.

또 치명적인 단점이었던 저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치냉장고의 원리를 적용, 수분이 날아가지 않는 저온저장고를 직접 개발해 품질을 높였다.

달기만 한 현지포도와 달리 중독성 강한 적당한 신 맛을 갖고 있는 화성 캠벨 포도는 교포시장을 중심으로 서서히 현지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특히 수출협의회는 미국 수출단지로 지정받기 위해 미국측의 요구 조건에 맞는 생산체제를 가동했다. 회원들은 농약 선정부터 농약 살포량, 재배법을 다시 교육받았다.

덕분에 처음으로 시범 통관된 포도가 미국 홈쇼핑에서 5분만에 품절되는 ‘대박’을 터트리고 대미 수출시장은 물론 높아진 품질로 동남아 시장도 날로 성장했다.

수출협의회는 국가별로 포장도 차별화했다. 우리나라보다 핵가족화가 심한 싱가포르에는 400g짜리 소포장을, 인도네시아나 베트남에는 박스 형태의 대용량 포장 제품을 수출하는 식이다.

협의회 내부 조직도 엄격하게 관리했다. 수출조건으로 각종 지원을 받으면서도 국내 포도값이 오르면 수출 대신 내수 시장으로 포도를 빼돌리는 회원들은 자격을 박탈했다. 처음 100명으로 시작했던 회원은 39명으로까지 줄었다. 규모는 작아졌지만 내부 결속은 더 단단해졌고 품질도 향상된 셈이다.

이처럼 무엇보다 품질에 주력하는 화성포도이지만 타 지자체에서 저가 물량공세를 퍼부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수년 간 노력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고품질로 가격을 올려 놓은 공든 탑이 타 지자체의 저가 포도로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 회장은 “결국에는 우리 뿐 아니라 그쪽 농가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며 “제살 깎아먹기 식 수출을 지양하고 지자체별로 수출지역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 끝에 수출협의회는 첫 해 8t을 수출한 뒤 다음해인 2004년에는 33t, 대미수출단지로 지정된 2005년에는 112t, 2010년에는 193t의 수출실력을 올렸다.

수출협의회는 지난해 상반기에는 너무 많은 비가 오고 반대로 하반기에는 가물어서 포도수확량이 크게 줄어 108t을 수출했지만 올해는 작황이 좋아 250~300t 수출로 150만달러 이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협의회는 호주와 캐나다라는 새로운 시장을 뚫으려 판촉행사 등을 준비 중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호주의 검역을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포도로는 국내 유일하게 GAP(농산물우수관리제도) 인증을 받기도 했다.

최근 한·미FTA, 한·중FTA 등 잇따른 시장개방으로 우리 농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데 대해 이들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남 사무국장은 “위기는 일시적인 것”이라며 “우리 식량 자급률은 30%밖에 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식량전쟁이 화두가 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가격 폭락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쟁력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며 “자생력을 갖추기까지는 어느 정도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시장개방을 기회로 경쟁력을 키우고 규모화로 원가를 절감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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