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ㆍ정병규 등 이 시대 문사들의 서재 풍경

출판저널 발행인 정윤희 등 ‘행복한 서재’ 출간

누구나 한 번쯤은 자기만의 서재를 꿈꾼다. 사면을 둘러싼 책의 공간에서 독서를 통해 사색하며, 인생의 과거와 미래를 그려보며 삶과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그렇다면 이 시대 문사(文士)들의 서재는 어떤 풍경일까. 서가에는 어떤 책들이 꽂혀 있고 책상에는 어떤 장식물이 놓여 있을까. 출판저널 발행인 정윤희씨와 기자들이 펴낸 ‘행복한 서재’(출판저널 刊)는 이외수 소설가를 비롯해 이 시대를 대표하는 명사 18명을 서재에서 만나 책읽기와 글쓰기의 비밀을 풀어 놓는다.

 

‘행복한 서재’는 출판저널 2008년 12월호부터 2010년 9월호까지 연재된 ‘명사의 책꽂이’, ‘서재에서 만난 삶’, ‘작가, 시대를 말한다’ 코너의 글과 사진을 간추려 엮었다. 책을 주제로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연 사진작가 임수식이 서재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누구나 처음부터 탄탄대로의 인생을 달리는 것은 아니다. 인생의 길을 가다보면 후미진 곳에서 방황하기도 하고, 미처 보지 못한 물웅덩이에 빠져 잠시 삶을 허우적거리는 게 인생이다.

화천 감성마을의 소설가 이외수도 찢어지게 가난한 현실에서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월부 책장사를 나섰다고 회고한다. 인생의 ‘쓴맛’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이 시대에 고민하는 숱한 청춘들을 위해 열심히 트위터에 위로의 메시지를 남긴다.

그의 서가에는 남루한 그의 행색과는 달리 책이 가지런히 정돈돼 있다. 북디자이너 정병규의 서재에는 ‘의외로’ 3만권의 책이 어지럽게 사면을 채우고 있다.

문화평론가 김갑수의 서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책보다 LP판. 서가를 가득 메운 음반들은 책을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글을 쓰는 데 영감을 준다.

 

국문학자 김열규의 집에는 여러 화가의 그림들이 마치 도배된 것처럼 걸려 있다. 그림은 그에게 깊은 상념에 젖게 만들어주는 명상의 매개이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은 “서재란 공동묘지요. 여기 있는 건 죄다 죽은 사람들이오. 책 하나하나가 다 무덤이라오”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묘지기’라 일컫는다.

이밖에도 행정학자 김광웅, 시인 김용택, 삼성출판박물관장 김종규, 소설가 김주영·서영은, 신경정신과 의사 김혜남, 불문학자 김화영, 교육학자 문용린, 서양사학자 이광주, 영화번역가 이미도, 러시아문학자 이현우, 건축사학자 임석재, 독문학자 전영애 등의 서재에서 그의 인생과 책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값 2만2천원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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