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자유무역협정 발효 이전과 가격 차이 없어…관세인하 혜택 실종
23일 수원의 한 백화점 독일 주방용품 코너.
3ℓ 압력솥 하나의 가격이 59만원대, 2 .5ℓ 냄비가 19만원대로 냄비 등이 개당 수십만 원을 호가하면서 서너 품목 구매 시 1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유럽제 전자기기도 비싸기는 마찬가지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산 다리미 제품이 10만원대, 전동칫솔 10~19만원대에 이르면서 국산제품 가격의 2~3배 이상이었다. 주방용품 구매를 위해 백화점을 찾았다는 김문희씨(47·수원시 영통구)는 “FTA를 체결하면 수입제품 가격이 많이 내릴 줄 알았는데, 여전히 비싸다”며 “지난해 초 독일제 프라이팬을 구입했고, 오늘은 같은 상표의 냄비를 사러왔는데 값이 올랐으면 올랐지,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EU FTA가 발효된 지 일 년이 다 돼가지만, 유럽산 가전·주방용품의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당수 주방용품의 가격이 현지가의 2배 안팎에 이르는데다, 전기다리미의 경우 수입가의 2배를 넘어서면서 FTA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한-EU FTA 발효 후 첫해 기존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거나 관세 인하율이 높은 유럽산 소형 가전제품과 주방기기 등의 판매가 변화가 발효 전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공정위에서 일부 관련품목 판매가를 점검한 결과 8%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 유럽산 소형 가전 브라운 전동칫솔, 테팔 전기다리미, 휘슬러 프라이팬은 가격 변화가 전혀 없었다. 또 관세가 5% 인하된 유럽산 발렌타인 17년산 위스키 역시 FTA 전과 동일한 14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유럽산 필립스 면도기의 경우 철폐되기로 한 8% 관세 중 가격 인하폭은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지나친 유통수익, 수입업체의 고가정책으로 인해 유럽제 수입품의 가격이 현지가의 2배 이상에 달하는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부터 지난 15일까지 한 달 간 테팔, 로벤타, 필립스 등 유럽산 전기다리미 41종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평균 수입원가는 3만6천600원에 불과했지만, 도매가는 5만4천103원, 소매가는 부과세 포함 9만2천430원에 이르는 등 유통단계가 진행되면서 거래가격이 2.5배 이상 뛰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 FTA에 따른 관세 인하 효과가 소비자 판매가 인하로 이어지도록 소비자원과 협조해 소비자 판매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대상 품목도 확대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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