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곡종합처리장, 고가 장비 부담… 품질검사 기피 시중 유통중인 쌀 포장재 대부분에 ‘미검사’ 표기
정부가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제고하겠다며 양곡표시제도를 개정했지만 오히려 소비자 정보 제공에 실효성이 떨어져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쌀 포장재에는 대부분 ‘미검사’로 표기돼 있기 때문이다.
22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산물품질관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개정된 양곡표시제도는 종전의 쌀 포장지에 표시하는 ‘특·상·보통’ 3단계에서 ‘1·2·3·4·5등급, 미검사’ 6단계로 표시를 세분화했다.
품관원은 지난달 30일까지 경과기간을 거쳐 지난 15일부터 이같은 양곡표시사항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쌀 대부분이 미검사 상태로 판매하고 있다.
수원지역의 홈플러스와 이마트 등 대형마트 양곡코너에서는 여주·이천 등 경기지역의 쌀을 포함해 전국에서 생산된 20~30여종의 쌀을 판매 중이지만 송탄농협의 ‘밥맛좋은경기추청미’, 여주농협의 ‘대왕님표여주쌀’ 등 4~5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검사’가 표기돼 있다.
심지어 농식품부로부터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은 쌀까지 품질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미검사’ 표시가 버젓이 찍혀 있다.
이는 각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자체검사를 해 등급을 표기토록 돼 있지만 검사장비가 수천만원에서 1억원까지의 고가로 RPC들이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기계가 있더라도 기종별로 측정결과에 차이가 있고 유통과정이 길어지면 품질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데 품관원이 측정한 결과와 다를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위법을 우려한 RPC들은 처음부터 ‘미검사’ 표기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안성의 한 RPC 관계자는 “지난해 3천200만원을 들여 장비를 구입했지만 불안해서 아예 ‘미검사’로 표시하고 있다”며 “쌀은 공산품이 아니라 가공이나 유통과정에서 품위가 달라질 수 있어 소비자 신뢰 면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관계자는 “워낙 장비가 고가이다보니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오는 11월부터는 단백질 함량 표시까지 의무화됨에 따라 시·군별로 기계보급을 지원하고 RPC 담당자들에 대한 홍보와 교육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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