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리는 단체 대회를 모조리 석권해 ‘30년 전통 테니스 명문’의 자존심을 드높이고야 말겠습니다”
지난 4월 양구에서 열린 ‘제33회 회장기 전국남녀중고 테니스대회’ 남자고등부 결승전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지난해에 이어 결승전에서 만난 수원 삼일공고와 부산 동래고 양팀 선수들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지난해 주전 변광은이 경기 도중 다리에 쥐가 나면서 아쉽게 동래고에 우승을 내줬던 삼일공고는 ‘설욕’을 향한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고, ‘대회 2연패’를 노리는 동래고 역시 쉽게 물러날 줄 몰랐다. 하지만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한 팀은 정신무장을 위해 머리까지 짧게 자른 삼일공고였다. 2-3으로 뒤지던 삼일공고는 정현·김호각 조와 변광은·김준수 복식조가 연속 승리를 따낸 데 힘입어 치열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부산 동래고와 풀세트 접전 전국남녀중고대회 정상 등극 30년 강호 자존심 회복
명장 정석진 감독·선수들 단체전 ‘전관왕’ 위업 자신감
이로써 지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5년 연속 이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3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던 삼일공고는 지난해 결승에서 뼈아픈 패배를 안겼던 동래고에 깨끗하게 설욕하며, 4년 만의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 18일 수원 삼일공고에서 드라마 같은 승리를 연출해낸 수원삼일공고 테니스 선수단을 만났다. 짧게 자른 스포츠 머리에 약간은 말라 보이는 듯한 몸매, 천진함이 그대로 배어 나오는 앳된 얼굴은 그저 일반 고등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저 ‘동남아인’이 연상될 정도로 검게 탄 피부만이 혹독한 훈련 일정을 소화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습이 시작되자 왜 이들이 ‘전국 최강 테니스부’로 군림하고 있는가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공을 날카롭게 응시하는 눈은 무서울 정도로 진지했고, 코트를 누비는 경쾌한 몸놀림은 날렵하면서도 경쾌했다. 또 ‘펑’하는 시원한 파열음과 함께 낮게 깔리며 매서운 속도로 날아가는 공에는 ‘전국 최강’ 다운 묵직함이 실려 있었다.
“아이들이 테니스를 즐기고 또 스스로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자율적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열심히 해야만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새까맣게 그을린 피부색을 가진 ‘명장’ 정석진 감독은 설명했다.
지난 72년 창단한 이후 30년째 전국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삼일공고 테니스팀은 현재 김호각과 김준수, 변광은, 엄슬범, 강준석, 문정주, 정현일, 김휘, 정현, 최정규 등 10명의 선수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열린 전국대회 단체전 8개 중 전국체육대회와 회장배 우승을 놓치면서 아쉽게 ‘전관왕 달성’에 실패한 삼일공고는 올해야말로 ‘전관왕’의 위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필승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또 소진억 교장도 선수들이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선수들을 일일이 챙기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물심양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주장 김호각 선수는 “올해만큼 의욕이 넘치는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기필코 전관왕을 달성하고 말겠습니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전국 최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코트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와 감독, 그리고 그 뒤를 묵묵하게 지원하는 교장의 모습 위로 ‘30년 전통 테니스 명문이 전관왕을 달성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박민수 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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