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살길찾아 무한변신
‘불편하다’, ‘불친절하다’, ‘비위생적이다’. 불과 10여년 새 전통시장은 ‘불(不)’과 ‘비(非)’로 점철된 곳이 돼버렸다. 상인들의 활기찬 에너지와 옥신각신 에누리하는 재미, 덤이라는 정겨움이 가득하던 시장은 점차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기관과 지자체가 합심해 전통시장 살리기에 나섰지만, 대형마트로 돌아선 고객의 발길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그러기를 수 년째.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시장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수동적으로 지원받던 것에서 벗어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저마다 특색을 모색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한창이다.
본보 기획시리즈 ‘르네상스를 꿈꾸는 전통시장’에서는 전통시장의 현재를 들여다보고 노력과 변화에 귀 기울일 예정이다. 정서에 호소하며, 무조건 지지하기 보단 시장 마다의 당면과제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극복방안을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올해 2월 기준 경기도 내 전통시장은 184곳. 1919년 문을 열어 한 세기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수원 영동시장부터 전국적으로 유명한 성남 모란민속 5일장, 지역적 특색을 한껏 살린 이천 사기막골 도자기시장까지 갖가지 시장이 모여있다.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경기지역 전통시장의 특징은 각종 문화공간과 상점이 어우러져 있다는 것. 식료품과 생활용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류와 액세서리, 화장품은 물론 영화와 공연 등 문화시설이 두루 갖춰져 있다. 지역 중심부 곳곳에 시장이 위치해 접근성이 좋으면서 나들이 장소로도 적합하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최신식 시설과 편의성에 밀려 시장마다 매출감소는 물론, 영세상인의 생존권 마저 위협받는 현실이다. 현재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경기지역에 위치한 대형마트는 총 101곳으로 시장 수의 50%를 조금 넘어서고 있으나, 매출규모는 시장의 수십배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과 영세상인을 살리고자, 경기도와 각 지자체, 경기지방중소기업청이 저마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도 자구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시장간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조직된 경기도상인연합회에는 전체 시장의 57곳이 가입한 상황으로 점차 그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맞춰 전통시장 큰 장날을 정하고 대대적인 할인과 행사를 벌이고 있다.
■전통시장 지원 현황
전통시장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낙후된 시설. 이를 극복하고자 도는 ‘전통시장 활성화 시책’을 추진하고 시설현대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21개 시·군에 91개 시장의 시설을 현대화하며 총 180억원을 지원한데 이어, 올해 역시 15개 시·군 31개 시장에 180억을 추가 지원한다. 공중화장실, 주차장 등 편의시설은 물론 전기, 소방, 가스시설 등 안전시설을 갖추면서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도와 함께 중소기업청 역시 전통시장과 상점가를 활성화 하는데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인대학, 시장지원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마련해 ‘전통시장은 불친절하다’는 이미지를 개선하고,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우수상품에 대한 전시회를 준비하는 등 전에 없던 볼거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민수 경기중기청 주무관은 “전통시장이 단순히 사고 파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할 방침”이라며 “경제활동의 공간을 넘어서 전통의 가치를 간직한 곳이라는 의미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상인엽합회도 자구노력을 행하는 중이다. 여러 기관과의 MOU를 통해 전통시장 홈페이지 및 어플리케이션 구축하는 등 온라인에서의 편의성을 높일 예정이며, 화재보험 가입, 온라인 상품권 강화 등으로 안전성과 편의성도 증축하려는 입장이다. KT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스마트폰 단골고객관리 어플을 활용, 시장마다 각종 정보와 행사 내용을 제공하고, 온누리 상품권 발매기를 시장 곳곳에 설치해 보다 최신화된 모습을 갖추고자 하고 있다.
특히, ‘정’과 ‘덤’이라는 특색을 살려 대형마트와 차별화된 전통시장만의 강점을 부각할 계획이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송병태 경기도상인연합회 회장 인터뷰
재래시장은 대형마트에 비해 온라인마케팅, 즉 IT 분야에서 많이 뒤쳐져 있다. 이에 따라 연합회에서는 경기도와 함께 전통시장 포털사이트를 비롯, 연합회 회원시장을 대상으로 각각의 재래시장 홈페이지를 다음 달부터 구축하고자 한다. 현재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다.
-도 및 지자체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나
재래시장 홍보 및 마케팅을 지원으로 실질적인 매출증대가 있도록 해야 한다. 그간 전통시장의 시설현대화 등에 대한 꾸준한 지원이 있었지만, 예산 부족으로 상당수 시장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형마트에 버금가는 시설 및 편의성을 갖춘다면 매출 증대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
-재래시장이 당면한 최대 과제는 뭔가
대형마트, SSM에 밀려 영세상인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SSM 관련법안을 제정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재래시장에서 낙후되고 편협한 사고를 갖고 있는 한 공공기관 및 지자체의 지원도 무용지물일 뿐이다. 재래시장 상인의식개혁이 최대 당면 과제다.
-재래시장은 강점과 약점은 뭔가
재래시장 식품, 물품은 대형마트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하다. 특히 채소, 과일, 육류 등 1차 상품의 경우 품질이 월등하다고 자부한다.
반면 시설이 낙후되고, 상인들이 후진적인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점은 약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상인대학을 개설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재래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는지
전통시장은 좋은 점은 흡수하고, 나쁜 점은 과감히 잘라내는 추진성이 필요하다. 대형마트로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는 이유를 파악하고,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위생, 친절, 원스톱쇼핑 등을 배워 재래시장도 선진화돼야 한다. 아울러 대형마트에 대한 국가 규제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상인의 노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줘야 재래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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