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들이 ‘코리아’라는 말을 듣고 환호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 … 한국이 만만하고, 한국 선원은 돈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본문 중에서)
소말리아 부근 해역에서 우리 선박이 피랍됐다는 뉴스는 1년에 한 두 번꼴로 볼 수 있을 만큼 흔한 일이었다. 그때마다 선박에 타고 있던 피랍자의 가족들은 애타게 발을 동동 굴렀고, 정부는 천문학적인 몸값을 지불하며 사건을 마무리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일반적으로 피랍 선장과 해적 두목은 사이가 좋은 편이라는 것이다. 해적 두목은 선장과 마찰을 빚어 협상에 차질을 빚는 것을 피해야 하고, 선장은 안정을 위해 이에 협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불문율을 깬 사람은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이었다.
그가 297일간의 못 다한 이야기를 담아 회고록 ‘그들은 나를 캡틴이라 불렀다’(플러스81스튜디오 刊)를 출간했다.
책에는 지난해 1월 발생한 삼호 주얼리호 피랍 사건의 비화를 담았다. 당시 석해균 선장은 ‘아덴만 여명작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모든 선원을 안전하게 복귀시켰다. 잘 알려졌듯이 선장 자신은 심각한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는 한국으로 들어와 몇 번의 대수술 후 기억을 점차 회복해 갔으며, 그간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비화를 책을 통해 공개했다.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석 선장은 자존심과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이다. 무엇보다 판단이 빠르고 적의 위협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을 만큼 두둑한 배짱을 갖고 있다. 이 정도는 언론에서도 충분히 보도됐지만, 총상을 당한 그가 고통에 못 이겨 응급처치 한 선원들에게 ‘차라리 총을 쏴 죽여달라’고 애원했다는 대목은 처절하다 못해 그의 인간적인 면을 느끼게 한다. 값 1만2천500원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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