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 기술투자로 1천말달러 매출 '수출 효자'
스마트폰을 꽂기만 하면 선명한 사진이 바로 출력되는 미니 프린터. 동시에 오디오 역할까지 한다면 어떨까.
좋은 아이디어쯤으로 여겨지지만, 이미 지난해 수원의 한 중소기업에서 출시해 한해 동안 1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효자 수출품’로 등극한 상품이다.
㈜프리닉스(대표 노광호)가 일명 ‘포토 프린터기’로 불리는 이 기기가 출시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꼬박 5년.
제품 완성 목전에서 자금고갈로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손을 내민 건 중소기업청이었다.
중기청이 시행하는 ‘중소기업 기술혁신개발사업 투자연계과제’에 선정, 투자를 통해 가까스로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소기업인에게 ‘기술혁신개발 투자연계과제’는 ‘R&D(연구개발)의 작은 씨앗’으로 불린다.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프리닉스(대표 노광호)는 25명 직원 규모의 중소기업이다.
주력상품은 지난해 4월 출시된 ‘볼레포토 스마트폰 포토 프린터’로 세계 최초로 애플 액세서리 인증을 받은 포토 프린터기다. 애플사의 IOS와 구글의 Android OS를 사용한 기기, 즉 아이폰, 갤럭시 등 스마트 휴대기기에서 사진을 바로 출력할 수 있다.
기존의 포토 프린터기가 PC와의 연결이 필수사항이었던 것과는 달리, 스마트폰을 그대로 프린터에 연결해 사진을 출력하면서 출시 이후 일년여만에 전 세계 4억대의 판매량을 보였다. 아울러 대기업만 보유하고 있는 프린터 엔진과 소모품 기술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독자화, 그 성능을 인정받아 올해 제19회 대한민국 멀티미디어 기술대상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상을 수상했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곳곳에 수출, 국내 시장에서도 발판을 마련하면서 연 매출 2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화려한 결실을 거뒀지만, 과정이 수월했던 것만은 아니다. 2005년 10월 회사를 세우고, 프린터 연구개발에 들어갔지만, 프린터 엔진 개발에만 수년이 소요되면서 10명 안팎의 직원이 월급조차 받지 못한 채 일해야 했다. 5년 만에 가까스로 엔진 개발에 성공했지만, 기반구축비로 투자금이 소진돼 막다른 길에 처했다. 고지를 코앞에 두고 꿈을 포기해야 했을 때, 2010년 중소기업청 ‘중소기업 기술혁신개발사업 투자연계과제’에 당선되면서 8억800만원을 지원받았고, 1년만에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게 됐다.
이은영 영업팀 차장(37)은 “중소기업은 기술이 아무리 탄탄해도 투자나 대출받기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기술력만 보고 기꺼이 투자한 데 대해 더없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대 8억원 지원
‘투자연계과제’는 중기청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수입대체 전략품목을 발굴해 민간투자자와 공동으로 기술개발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투자 유망한 중소기업의 기술과 아이디어에 과감히 투자하면서 ‘볼레포토 스마트폰 포토 프린터’와 같은 수출효자 상품을 탄생시켰다.
지난 2009년 처음으로 실시해 매해 수백여 품목을 지원해왔으며, 올해에는 120억원 규모로 210개 품목에 대해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액이 큰데다 투자가 확실한 만큼 선발되기가 쉽지는 않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벤처기업, 기업부설연구소 보유기업,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이 5% 이상인 기업 등의 요건에서 1가지 이상은 꼭 충족해야 한다.
중소기업 기술개발사업 지원제외 업종이나 창업 1년 미만 또는 상시 근로자 수 10인 미만의 기업은 아예 신청조차 할 수 없다. 투자대비 효과를 최대한 내기 위해서다. 지원업체로 선정될 시 정부출연금과 민간부담금으로 나눠 지원과제당 총사업비의 60% 이내에서 최대 2년간 8억원까지 정부출연금이 지원되며, 민간부담금으로 정부출연금 외에 총사업비의 40% 이상이 지원된다. 올해의 경우 총 40업체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한 업체당 2년간 평균 5억원이 지원된다. 3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경기도 업체는 전체의 40%에 육박하는 15곳. 저마다 꿈을 이루려는 찰나다.
김병근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은 “기술력이 풍부해도 자금난이 심각한 중소기업을 일으키는 사업으로 앞으로도 꾸준한 투자연계와 지원으로 글로벌 중소기업을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인터뷰> 노광호 ㈜프리닉스 대표 "중기청 도움으로 큰 산 넘었죠" 인터뷰>
“8부 능선까지 가서 허덕이고 있을 때 중기청의 도움으로 큰 산을 넘을 수 있었죠”
노광호 ㈜프리닉스 대표(52)는 중기청의 ‘투자연계과제’에 대해 중소기업 성장을 넘어 구제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에서 프린터 연구·개발을 하다 포토 프린터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생각에 따로 나와 회사를 설립하긴 했지만, 중소기업인으로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상품 하나를 만들어 내는데는 특허출원, 기술개발, 기술사업, 판매, 생산 등 다양한 단계가 있는데 생산단계에서는 자금이 고갈되기 마련이다”며 “초기투자금이 소진된 마당에 회계장부도 좋지 않고, 기업투자나 은행대출은 언간생심으로 자금 마련에 급급하다 좋은 기술이 사장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로지 기술력을 기반으로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 투자연계과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청 지원을 받은 후 스마트폰 포토 프린터 생산에 성공, 매출 신장을 거듭 중인 ㈜프리닉스는 본사 직원을 10명 안팎에서 25명으로 늘리고, 아웃소싱업체의 전담인력 50명까지 총 60명 이상의 인력창출을 거두기도 했다.
노 대표는 “중기청의 꾸준한 투자와 지원으로 많은 중소기업이 꿈을 이루고, 경제성장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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