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종자전쟁시대’ … 토종자원을 보존하라

‘동북아 유전자원 허브’ 농촌진흥청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

‘종자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토종 종자자원은 세계 각국의 전통 농업과 문화의 기본 자산으로서 지구의 환경보전과 인류의 의·식·주 원천 재료를 제공하고 최근 생명공학의 원천 재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 3일 농진청 50주년을 맞아 이명박 대통령이 수원의 농업유전자원센터를 방문해 종자저장고 등을 둘러보고 “종자문제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제라도 Golden Seed Project 같은 종자분야 R&D를 시작하게 된 것은 다행”이라며 “종자분야 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적으로 세계 농업관련 종자시장 규모는 365억불에 이르고 있고 지난 1992년 생물다양성협약 이후 세계는 자국자원 보호를 강화해 유전자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국제법으로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자원주권을 인정해 각국의 토종자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 연구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그야 말로 치열한 ‘총성 없는 종자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토종 종자자원의 중요성

온대 계절풍지대에 속하는 한반도는 사계절이 뚜렷해 여름에는 무덥고 비가 많으며 겨울에는 춥고 건조해 상대적으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재해 및 생태계 훼손으로 유전자원의 소실 증가가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는 2050년까지 지구가 2도이상 기온이 상승할 경우 동식물의 25%가 멸종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생물종 감소 속도는 1년에 120~200여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의 유전인자는 오랜 기간동안 진화의 결과인 동시에 한번 소멸되면 재생이 불가능하며 다시 찾을 수도 없다.

이에 따라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유전자원 수집 평가 및 활용에 막대한 노력과 경비를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토종이었던 털개회나무(정향나무)가 해방 직후 어수선 하던 시절 미국 농무부 소속 미더교수에 의해 태평양을 건너가 미국서 개량된 후 ‘미스킴라일락’으로 바뀌어 미국 라일락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최고의 품종이 됐고 국내로 역수입 되고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인기를 끄는 구상나무 역시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종자개량 후 특허등록이 돼 재배용으로 수입하려면 거꾸로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등 종자보존의 중요성을 절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외 반환 토종자원의 활용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한반도 원산 유전자원은 1만356점에 이르고 반환된 유전자원은 4천422점이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한반도 원산 유전자원은 167종 6천82점이며 일본은 39종에 2천734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외국 소재 한반도 원산 유전자원의 반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환된 유전자원은 우리 환경에 잘 적응된 토종자원을 이용해 내재해성 및 환경성이 뛰어난 작물 신품종 육성 등의 소중한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반환 보리품종 중 추위에 강한 품종의 유전적 특성을 이용해 내한성을 증가시킨 청보리 품종을 개발해 중북부 윗쪽에도 재배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최대 50만㏊까지 재배가 가능해지면서 약 1조원의 사료비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 반환 밀의 유전적 특성 연구를 통해 1주일 조시 수확 가능한 품종 개발시 밀 20만㏊ 재배로 수입밀의 20% 대체가 가능하다.

■동북아 유전자원 허브 농진청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농업진흥청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는 농업유전자원 종합관리 기본계획 수립 및 수집·보존·증식·분양, 특성평가, 농업유전자원 관리기관 지정·운영, 해외유전자원 안전 중복보존 및 국제 교류·협력 사업, 국제 유전자원 협력 훈련센터를 운영하는 등 토종자원 보존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종자 50만점과 미생물 5만점, DNA 뱅크 6만점 등의 세계 최고 수준의 저장시설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유전자원 보유국으로 약 30만7천여점의 종자작물과 과수·화훼 등 영양번식 작물을 보유하고 있다.

농업유전자원센터는 FAO인증 ‘세계종자안전중복보존소(World Seed Vault)’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FAO 국제공인 저장시설은 외국 주요 유전자원의 우회적 확보와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세계의 생물유전자원 보존에 기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북아 유전자원 허브 구축을 통한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는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세계 종자 유전자원 안전 중복보존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야지역을 뛰어넘어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으로 국제유전자원 협력훈련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또 노르웨이령 스발바드 북극 노아방주 국제종자저장고에 우리토종종자 30작물 1만3천여점에 대한 영구본본을 추진하고 있다.

유전자원의 산업화에 따른 세계시장규모는 연간 5천~8천억 달러예상되며 천연물질을 이용한 의약시장은 3천7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타미플루는 중국과 베트남에서 향신료용으로 재배되는 스타아니스에서 추출되며 연간 30억 달러의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지구상에 있는 30만종의 식물 유전자원 중 천연물질 성분과 효능이 알려진 것은 5천종에 불과하며 98%가 아직 유망자원 후보로 남아있어 융합기술에 위한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이에 따라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웰빙식품으로 가치가 높은 수수, 조, 피 등 근대화 과정에서 더 이상 재배되지 않는 잊혀진 작목의 복원으로 작물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 토종자원 특유의 색, 맛, 향 등에 함유된 항산화물질 등 다양한 기능성 물질의 증대와 새로운 식·의학 소재로 개발하고 있다.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식량, 원예작물 등 국내 토종자원 4만9천여점을 보존·관리하면서 매년 3천여점 이상의 토종자원을 연구용으로 분양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농업유전자원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농업이 다시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 될 수 있도록 더욱 과학화해야하며 이를 위한 R&D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다른 산업분야는 이미 민간 R&D도 활성화 돼 있으나 농식품분야는 이제 R&D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만큼 지속적인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