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끝에 개발한 마술장미 로열티도 받고 세계 수출 활개"
빛과 온도에 따라 꽃잎의 색깔이 바뀌는 ‘마술 장미’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수출 중인 플라워경기영농조합법인의 임주완 대표.
파주시 조리읍에서 장미 농사를 짓는 임 대표의 조합법인에는 40농가가 포함돼 있다.
지난 2009년 파주 일대의 농가들이 모여 매직로즈영농조합법인을 결성한 뒤 지난해 1월에는 경기전역의 화훼농가가 뭉쳐 플라워경기영농조합법인을 출범시켰다.
이들이 20만8천㎡(6만3천여평) 규모의 농원에서 생산하는 장미는 총 1천890만본. 이 중 일반장미가 40~50%이고 나머지는 마술 장미다.
전체 장미의 절반 가량이 일본을 비롯해 중국, 캐나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마술장미는 빨강·파랑·분홍색이던 장미는 25℃ 이상의 환경에서 흰색으로, 주황·녹색·갈색 장미는 노란색으로, 보라색 장미는 파란색으로 각각 색깔이 바뀐다.
기본적으로 흰색의 꽃을 만들어 커팅한 뒤 별도 개발한 특수약품처리로 원하는 색을 마음대로 씌우는 방식이다.
기관이나 연구조직이 아니라 한 개인이 매직로즈를 개발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법 한데 임 대표는 “궁하면 통한다고 상황이 너무 안 좋다 보니 절실한 마음에 노력하게 됐다”고 말한다.
임 대표는 지난 1989년 처음 장미 재배를 시작했다. 초기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금씩 노력의 결실을 맺어가던 중 2002년 농장에 큰 불이 났다.
재가 된 비닐하우스를 다시 세우고 겨우 복구작업을 완료해 안정을 되찾아 가는데 2006년 화마가 임 대표의 농장을 또 덮쳤다.
설상가상으로 그 뒤 수해까지 입으면서 어마어마한 부채를 떠안고 인생의 벼랑 끝에 서게 된 임 대표.
화훼시장은 시장대로 침체기에 빠져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그 때 임 대표는 우연히 TV를 통해 네덜란드에서 개발한 일곱가지 색깔이 꽃잎에 한꺼번에 담겨있는 레인보우 장미를 보게 된다.
이후 임 대표는 1년6개월간 실험을 거듭하면서 수t의 장미를 버리고 1억원의 개발비를 쏟아부은 끝에 2008년 마술장미를 개발해 특허출원했다.
하지만 개발이 곧바로 소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꽃이 온도에 따라 변한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해 꽃집마다 일일이 찾아다니며 제품을 설명해야 하고 소량으로 주문접수와 배송을 하다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지경이었다.
미국과 캐나다에는 기술을 수출해 로열티까지 벌어들이고 있다.
공급보다 수요가 딸려 수출을 못 할 정도로 바이어들이 많이 찾아오지만 임 대표는 늘 최상품이 아니면 출하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그래야 바이어들의 신뢰를 받고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경영마인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칙을 지켜온 덕에 지난해 법인의 수출액은 주요 수출국인 일본의 대지진으로 한동안 수출을 못 했음에도 42만달러. 올해는 지난달까지 100만달러 상당의 장미를 수출했고 연말까지 300만달러를 무리없이 달성할 것으로 임 대표는 예상하고 있다.
임 대표는 “내 농장을 공동시설 집하창구로 쓰고 있는데 조합의 인원이 늘어나다보니 공간이 좁아 문제”라며 “물량이 계속 늘고 있어 차량 운송도 고민이다.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의 규모가 커지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다. 임 대표는 올해 안에 시설문제를 최대한 해결한 뒤 내년까지 플라워경기영농조합법인의 조합원을 50명으로 늘리고 내년 수출액도 500만달러를 넘기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임 대표는 “수출국이 일본에 집중되다보니 지진같은 예상치 못한 일로 판로가 막혔을 때 상당히 난감했다”며 “판로개척을 위해 앞으로 네덜란드 화훼박람회 등 여러 박람회에 참가해 유럽시장에도 도전하고 마술장미처럼 세계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새 품종 개발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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